- 창작무협. 무림독패(武林獨覇)
- 46 - 황금성의 정체.
활생원.
고진이 어린아이 하나를 무릎에 앉힌채 한 여인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무릎에 앉아 있는 아이는 그의 아들 룡이고, 여인은 대부인인 채미란이었다.
[상공,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아니, 내 어찌 걱정이 되지 않겠소. 내가 가야할 곳에 다른 사람이 갔으니.......]
[백선의 무공이면 그런 자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거에요.]
[흑선과 함께 간것도 아니고....... 마음이 너무 쓰이는구려.]
부모들의 침울한 이야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아기는 손발을 휘저으며 아비의 품에서 빠져 나올려고 바둥거렸다.
그런 아들의 행동을 본 고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아이를 부인에게로 보냈다. 아기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오자 방실방실 웃음을 보였다.
<까르르르.......>
고진도 아들의 방실방실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이 다소 안정이 되었다.
그때였다.
휘장을 걷으며 한 인물이 소리도 없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근엄하면서도 이해심이 많아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길게기른 턱수염과 짙은 눈썹이 준수한 그의 얼굴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보통 신분이 아닌 인물이다......! 기척도 없이 다가오다나.......)
여자의 직감인가? 채미란은 내심 상대에 대해 경계를 했다.
반면, 고진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가 휘장을 걷으며 들어섬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땅에 꿇었다.
그런 남편의 행동을 멍하니 지켜보는 채미란은 어이가 없었다.
[소신, 폐하를 뵙습니다.]
오.......
기척도 없이 다가온 인물은 다름아닌 당금 황제인 강용희 바로 그였다.
그가 친히 그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허허......, 매제 일어서게.]
고진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황공하옵니다.]
[처남, 매제사이에 궁례(宮禮)는 접어두시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황제는 고진의 옆에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을 보며 감탄을 하고 말았다.
[이 분은 누구신가?]
[소인의 내자(內子)이옵니다.]
그의 말에 채미란이 가지런히 손을 모으며 인사를 했다.
[채미란이라고 하옵니다.]
[하하, 익히 매제에게 3명의 아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천하절색의 미부(美婦)인줄은 정말 몰랐다네. 하하하! 황매도 수련화(垂蓮花)처럼 아름다운데 고부인의 미모는 만개한 목련화(木蓮花) 같구려!]
가식없는 웃음과 허심탄회한 말임을 느낀 채미란은 얼굴이 붉어지고야 말았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황제는 여전히 웃음을 지으며 고진을 바라보았다.
[무슨 하명하실 일이라도......?]
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매제가 북경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태자가 얼마나 극성인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연신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황제가 이토록 웃음이 많은 인물이었던가? 채미란은 문득 그런 의문에 휩싸이며 고개를 잠시 갸웃거렸다.
그때였다.
한명의 여인이 휘장을 걷으며 들어섰다.
[어머, 오라버니......!]
그녀는 당금 황제의 여동생인 동시에 고진의 네 번째 부인인 강유정이었다.
[황매, 너는 이 오라버니가 보고 싶지도 않았더냐?]
[오라버니,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오라버니야 말로 소매를 보고 싶지 않으셨던건 아니구요?]
[뭐? 하하하!]
강유정은 돌연 황제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오라버니 혼자서 나오신가요?]
[그렇단다.]
[시위들도 대동하지 않고 어찌......!]
그녀의 말을 들은 황제는 빙그레 웃으며 고진과 그의 부인들을 바라보았다.
[폐하, 누추하지만 저희들이 묵고 있는 숙소로 가시지요.]
고진이 그리 말하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x x x
용복객잔.
시끌벅쩍한 아래층에 비해 윗층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고진은 강유정이 따르는 술잔을 비우며, 황제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내 의견대로 하지 않겠나?]
[폐하의 뜻을 어찌 거절할 수 있사옵니까. 소신으로서는 감읍(感泣)할 따름입니다.]
[하하, 그렇다면 당장에라도 짐을 옮기게.]
[조만간에 이사를 가겠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갖게.]
황제는 소매에서 하나의 작은 상자를 꺼냈다.
고진이 그것을 받아 열어보니 작은 구슬 2개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아니, 이것은 불해청홍주(不解靑紅珠)......!!]
고진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 구슬은 한쌍이라 따로 놓여있을땐 그냥 유리구슬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한곳에 붙여두면 어떠한 독도 해독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물건은 일전에 황가대장군 양태강이 고진을 포섭하기 위해 뇌물로 준비한 것이었는데 일전에 아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고진앞에 나설수 없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황제가 친히 그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소신은 이것은 받지 않겠습니다.]
[무엇 때문인가?]
[소신은 이 물건이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황명이라해도 말인가?]
황제는 갑자기 황명을 들먹거리자 고진은 침묵으로 자신의 말을 고수했다.
[오라버니!]
그들의 시중을 들고있던 강유정이 돌연 황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황제는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이는 오라버니를 위해 받지 않으려 하는데, 오라버니는 황명까지 들먹거려야겠어요?]
[나 때문이라고?]
황제는 누이동생의 말에 반문했다.
그러자, 강유정의 발언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요! 이이는 당연히 그 구슬이 필요가 없죠! 멍청하게 왜냐고 묻지 마세요. 그건 오라버니가 더 잘알고 계시는 일일테니까.......]
[허허, 그것참.......]
황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 상자를 다시 소매로 갈무리했다.
그들은 다시 껄껄거리며 술잔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술이 몇 순배 돌았을 무렵이었다.
<상공.......>
청소옥의 돌연한 전음이 들려왔다.
<무슨일이지?>
<백선이 돌아왔어요.>
<그는 무사하겠지?>
<네....... 그리고 마교의 그자도 함께 왔어요!>
<마교의......!>
고진이 어찌 마교의를 잊을 수 있겠는가?
그로 인해 청소옥과 맺어지게 되었으며 황제의 부마가 되지 않았던가.
후에 안 사실이지만 마교의는 바로 사부의 호적수였던 탁수현 바로 그 사람이 아니던가.
<거기에다가 큰언니의 아버님이라는 사람도 함께......>
<그게 정말이야? 그녀의 아버님이라면......!>
<그래요, 성왕교의 교주인 악무제....... 바로 그에요!>
<흐흠....... 내 곧 나갈테니 마차를 준비 시켜.......>
<알았어요!>
청소옥의 전음이 끊어지고, 고진도 황제를 향해 입을 열었다.
[폐하, 시간이 늦어지기 전에 귀궁(歸宮)하심이 어떨지.......]
[음.......]
그는 밖을 한 번 내다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밖은 이미 초경을 맞이해 어둑어둑 땅거미가 질 무렵이었다.
[마차는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차일피일 황궁에 꼭 들려주게.]
[알겠습니다.]
[그때는 내가 매제를 깜짝 놀래켜 주겠네.]
황제는 그렇게 객잔에서 나와 황궁으로 돌아갔다.
x x x
채미란이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그녀의 어머니 채예상과 백발의 은은한 노인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노인은 마교제일종사인 악무제, 바로 그였다.
[휴우...... 근 30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그의 입이 먼저 열렸다.
한숨소리와 함께 들려져 나오는 그의 음성에 채예상은 참고 있었던 울음을 일시에 터트려 버렸다.
[사부.......]
[흠....... 이제는 나를 사부라 부르지 마라.......]
[흐흑......!!]
사제지간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신이 태어났음을 알고 있는 채미란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콧잔등이 찡하니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렇게 망각의 세월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두 사람은 초연히 부부로서 다시 만난 것이었다.
[흐흠......!]
돌연, 문 밖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채미란이 다가가 문을 열었다.
[상공......!]
고진이었다. 그가 방안으로 들어서서 채예상에게 먼저 인사를 올리고 곧이어 악무제를 향해 포권례를 취했다.
[소생은 고진이라 하옵니다.]
악무제가 그를 보며 흐뭇하게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풍아가 제자 하나는 잘 길러냈구나....... 허허허!]
그가 말하는 풍아(豊兒)는 바로 고진의 사부인 곡양풍을 가르키는 말임을 고진이 모를리 없었다.
[헌데, 조금전에 한 인사는 사위로서 인사를 한 것인가, 아니면 사손(師孫)으로서 인사를 한 것인가?]
그의 질문에 고진은 생각하는 시간도 없이 한마디로 대답했다.
[소생은 사위로서 인사를 드렸을 뿐입니다.]
그의 말에 채미란은 깜짝 놀랐다.
(그이가 왜 사손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
반면, 악무제는 그의 대답에 껄껄껄 웃음을 터뜨렸고, 채예상도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 그의 대답에 어찌 그리 웃음을 지어요?]
채미란이 답답하단 듯이 그녀의 어머니에게 닥달을 하자, 채예상이 대답을 해 주었다.
[그가 만약 사손임을 인정했다면 씻지 못할 오명을 남기게 되기 때문이지.]
그제서야 채미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나는 그이의 사부와 사형제간......, 그가 사손임을 인정하면 내게는 사질뻘이 되니.......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인지 채미란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빙장어른....... 어디 편찮으십니까?]
[......?]
채미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부분이었다.
[허헛, 역시 천하제일신의란 명호(名號)는 그저 얻은 것이 아니로군. 명불허전일세! 하하하!]
그는 한차례 호탕하게 웃으며 암흑폐옥(暗黑廢獄)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암흑폐옥에서 당했던 수모와 치욕은 이미 홀가분하게 마음에서 벗어 버린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했다.
[대사형이......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미란.......]
그는 손을 내저으며 채미란더러 진정하란 표시를 보였다.
채미란은 그의 뜻을 받아들였지만 그래도 내심에서 불타는 울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빙장어르신, 제가 치료를 해도 되겠습니까?]
[허허....... 오늘은 30년만에 헤어진 아내와 재회를 한 기쁜 날이고, 천하제일신의를 사위로 얻은 날이니 내 사위의 치료를 받아보지.]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진이 그의 완맥을 잡고 진맥을 시작했다.
(누력( )이......?)
고진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진기를 투입시켜 보았다.
그의 완맥을 통해 진입한 그의 진기가 가슴의 중부(中府), 운문(雲門), 폐경(肺經)까지 뻗치질 못하고 되돌아 왔다.
(이럴수가......!! 내경에서도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병으로 알려져있는 누력이 이미 말기까지......!)
누력이란, 일종의 결핵이었다.
수많은 의사(醫師)들이 불치병들을 치료하기 위해 각고한 노력 끝에 치료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켰지만 그것은 천만분의 일의 확률과도 같은 결과였다.
악무제의 몸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초기에 발견하였다면 회생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미 말기증세까지 다달은 상태라 천하제일신의라 불리우는 고진으로서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고진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본 악무제는 엷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살포시 들어 올렸다.
[어떤가? 이만하면 건강한 편 아닌가? 허허허.......]
고진은 여유롭게 웃고있는 그의 얼굴을 보자, 문득 자신에게 의술을 가르쳐 준 곡양풍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자신의 불치병을 알고도 여유롭게 웃음짓던 그의 모습이.......
[아버님.......]
고진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면 반년, 짧으면 2개월도 채 살지 못하실 분이다....... 나의 의경(醫經)이 이토록 보잘 것 없는 것이었는가?)
그는 악무제의 꺼져가는 마지막 생애를 방해하고픈 생각이 없었다.
[아버님, 소생이 약을 달여 올리겠습니다.]
[허허....... 오래간만에 몸보신좀 하겠구먼....... 허허허.......]
고진은 그렇게 그 자리에서 물러나왔다.
더 이상 함께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어둠이 자욱하게 내린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달빛이 대낮처럼 밝아보였다.
x x x
3일후,
고진은 강유정과 제갈여의와 함께 황궁으로 입궁했다.
강유정은 태자와 함께 여의전에서 밀린 담소를 나누었고, 고진과 제갈여의는 황제의 직무실에서 황제와 은밀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매제,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강호 소문의 황금성이 바로 황궁입니다.]
[오......, 진정 놀랍고도 믿기지가 않는구나.]
[다만, 저희들은 그것이 어딘지는 알고 있으나 그것을 열수 있는 열쇠가 없으니.......]
[열쇠가 없다면 있으나 마나한 것이 아닌가?]
[그러하옵니다.]
황제도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상공, 저 검을 보세요.......]
제갈여의가 뒤편에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검을 가르키며 소리쳤다.
고진과 황제도 덩달이 그 검을 바라보았다.
[저 검이 바로 유패검이에요!]
[유패검? 무당에서 분실되었다는......?]
고진이 놀라움에 반문하자 황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런 낡고 오래된 검이 뭐그리 보물이라고.......]
[폐하, 저 고검(古劍)이 바로 황금성을 열 수 있는 열쇠이옵니다.]
고진의 말에 그제서야 황제의 눈과 귀가 번뜩였다.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저 보잘 것 없는 검 한자루가?]
황제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여러번을 제갈여의에게 물었다.
제갈여의가 탁자위에 무궁도를 펼쳐놓았다. 이미 무궁도는 고진의 옥령환이 없어도 지도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패검을 조심스럽게 지도 위에 올려보았다.
황제와 고진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고진과 황제는 실망한 듯 고개를 흔들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뭔가 빠진건가?]
제갈여의가 중얼거리며 검을 이리저리 다른 방위로 놓아보지만 여전히 지도
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하하....... 강호에 떠돈 소문이 전부 거짓말이었나 보군.]
황제가 사심없는 마음을 털어놓으며 웃음을 지었다.
고진도 머슥해진 탓인지 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가 봅니다. 하하하.......]
순간, 제갈여의의 눈에 미묘한 반응이 일어났다.
검이 움직인 것이었다.
[상공....... 검이......, 검이 움직였어요!]
[검이 움직이다니......?]
고진이 몸을 일으키자 검이 무궁도 위에서 세치정도 부상하더니 부르르 떨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맞아요! 상공의 옥령환도 함께 필요한가봐요!]
[그래? 그렇다면.......]
그는 서슴없이 옥령환을 벗어 전번처럼 무궁도의 모서리 부분에 올려다 놓았다. 그러자 매우 놀라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이가 빠진 철검이 적, 황, 청, 녹, 백색의 빛을 띠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눈뜨고 볼수없을 정도의 눈부신 빛이 방안가득 뿜어져 나왔다.
<우우우웅......>
부드럽고 청명한 울림이 방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고진이 무궁도위에 놓여진 유패검을 보고는 실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니 놀라고 있는 것은 그보다 황제가 더했다.
[그 보잘 것 없던 철검이 이토록 눈부신 황금열쇠로 변하다니.......]
[여길 보세요!]
제갈여의가 소리치며 무궁도의 한부분을 손끝으로 짚으며 소리쳤다.
고진과 황제의 시선이 그녀의 손끝으로 집중되었다.
[유패검이 산화(酸化)하면서 남긴 흔적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우연같지 않으세요? 다른 곳은 아무렇지 않은데 이 부분만 황금색으로 변해있으니.......]
[응......? 이곳은 황궁비고가 아닌가!]
[황궁비고라구요?]
[황궁비고의 위치는 황족 직계만 알고 있는 곳인데.......]
[그렇다면 그 열쇠가 황궁비고를 여는 열쇠인가요?]
[황궁비고의 열쇠는 역대 선황들때부터 물려받은 것일뿐만 아니라 진품이 아니면 황궁비고는 열리지 않지.]
[폐하께선 황궁비고에 들어가 보셨는지......?]
제갈여의가 다소 긴장되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렇소. 들어갔다 나온지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지.]
[그렇다면 이 열쇠는 황궁비고내에 또다른 곳을 여는 열쇠라는 얘기가 되겠군요.]
[그럴리가......?]
[어쨌거나 그 황금열쇠의 주인은 폐하 이오니, 폐하 뜻대로 처분하십시오.]
[고맙네.......]
[과분하옵니다.]
황제는 탁자위에 놓인 황금열쇠를 집어 들었다.
[이럴수가.......]
[왜 그러십니까?]
고진이 그의 창백한 얼굴색을 보며 재빨리 물었다.
[힘이....... 나의 내공이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듯 하네.]
[설마......?]
[아마, 옥령환 때문일거에요! 옥령환은 상공만이 제어할 수 있으니 얼른 치우세요!]
그는 제갈여의의 말에 따라 재빨리 옥령환을 회수했다.
그러자, 황제는 반탄력에 의해 두어걸음 뒤로 주춤하며 물러섰다.
[휴우......!]
황제는 식은땀을 흘리며 거센 숨을 몰아쉬었다.
<푸시시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탁자위에 있던 무궁도가 사그라지는 것이 아닌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제갈여의와 고진은 치밀한 안배에 그저 탄복할 따름이었다.
[이제 황금성에 관한 위치는 폐하께서만 알고 계신겁니다.]
[흠.......]
황제는 침음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x x x
자금성에서 30리 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한 무가촌(無家村).
북경에 이러한 마을이 존재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인 매우 외진 산골이었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찾아드는 인파는 하루에도 수백명, 아니 수천명에 이를 정도였다.
석달전에 이곳에 대대적인 건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아마 고관대작이 한가하게 풍류나 즐기기 위해 짓는 집인가 싶어 그다지 관심을 쓰지 않았다.
헌데, 완성된 건축을 보면 실로 방대하다 못해 놀라움이 먼저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집터만 무려 3만평이고, 그 뒤쪽의 10만평이 훨씬 넘는 어마어마한 토지가 모두 한 사람의 소유라는 것이었다.
그곳에 황금색 현판이 황제로부터 하사되었는데, 그 이름이 바로 이 집의 이름이었다.
<천의부(天醫府)>.
사람들은 처음엔 고관대작의 집이려니 생각했었다.
헌데 그곳으로 입주한 사람들은 그들의 상상을 완전히 부셔버렸다.
이곳의 주인은 천하제일신의라 불리우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천의부.......
하루에도 그의 제자가 되기 위해 찾아드는 젊은이들과 치료를 받으러 오는 이들로 인해 인산인해가 유명무실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석달만에 천의부의 식솔들은 무려 1천여명. 앞으로도 그의 무공과 의술을 배우려는 학생들은 날이가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였다.
학생들 중에는 제법 이름 떨치고 있는 의사들도 있을 정도였로 중원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가장 영향력있는 학원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절대 정사가 구분되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천의부는 정사를 구분하지 않고 제자로 받아들이면서도 악(惡)은 용서치 않는다는 규율이 집행되는 곳이기도 했다.
x x x
[빙장어른, 꼭 떠나셔야 하겠습니까?]
[음....... 자네도 알다시피 내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네. 자네의 영약덕에 전보다 잃어버린 공력도 많이 회복했고 무엇보다도 내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네.]
[그래도.......]
[얘기하지 말게.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네. 내가 벌여놓은 일이니 내가 수습을 해야하지.]
[.......]
고진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꺼져가는 생명을 마지막으로 성왕교를 수복하러 떠나는 그의 심정을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자식된 도리가 아니었다.
[아버님....... 저도 따라가게 해 주십이오!]
[안돼네!]
[아버님....... 그럼 저도 빙장어른을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자네......!]
악무제가 무슨 말을 하려다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꼭 함께 가야겠는가?]
[네.......]
[알겠네....... 함께 가세. 대신 그들 모녀에겐 절대 비밀이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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