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무협. 무림독패(武林獨覇) 2부
- 29 - 비사(秘事)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마차위의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오늘이 며칠이오?]
그러자 곁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만삭이 다 된 여인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용랑도......, 오늘은 팔월 스물아흐레에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 중양절은 경성에서 맞이할 수 있겠군.]
[용랑....... 혹시 돌아가신 누님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응....... 멀리 청해도(靑海島)에서 한권의 비급을 찾으로 떠난후로는 얼굴도 볼 수 없었던 누님을 생각했어.......]
용천우의 눈가에 물기가 아롱거렸다.
곁에 있던 여인은 그의 등에 살며시 기대며 말했다.
[용랑....... 그나마 누님의 혈육이 남아 있으니 힘내세요.......]
[음.......]
[그런데 용랑, 며칠전부터 우리를 미행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시죠?]
[음.......]
용천우는 짧게 대답하였다.
마차는 여전히 앞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들을 미행하는 이유는 아마 그 책 때문인 것 같아요.]
[후훗, 감히 나 용천우 손에 들어온 물건을 뺏으려는 자가 있다니....... 정말 어리석은 녀석들이지.]
너무나도 태연자약(泰然自若)한 태도였다.
[그럼요.......]
그의 말에 뒤따르는 여인의 말.......
그 말 한마디에는 남편에대한 강한 신뢰와 믿음이 담겨져 있었다.
그들의 뒤를 쫓고 있는 무리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채 계속 그들의 뒤를 미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허나 용천우는 오히려 그러한 그들의 태도를 더더욱 즐기는 것 같아 보였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무공을 믿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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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파(華山派).
으슥한 달빛이 내려쬐는 숲속에 자리한 하나의 침울한 동굴.
한 사내가 횃불을 들고 그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흐흐흐....... 무슨일이냐?]
돌연 소름끼치는 음성이 들려왔다.
[사부....... 무궁도를 제자에게 물려 주시면 편할 것을 왜 사서 고생을 하시오?]
[파렴치한 놈!]
원한이 가득 서린 음성이었다.
횃불에 얼굴이 비치는 사람.......
그는 황운보(黃雲寶)라는 자로, 백도문 서열 5위인 맹무천(猛武千) 황태관(黃太寬)의 아들이었다.
금년으로 23세로 화산에 입문한지는 15년이 되는 화산파 제자중 한명이었다.
[후훗......, 사부의 이런 모습을 사저(師姐)가 보면 어떠한 표정을 지을지 정말 궁금하군.]
[감히......! 네놈이 만일 소옥의 머리털 하나라도 다치게 하면 죽어서도 용서치 않겠다!]
[후후훗....... 내가 비록 계집은 좋아해도 사저처럼 사내다운 계집은 싫어하지. 하지만 사부가 끝내 무궁도를 내 놓지 않겠다면.......]
[괘씸한 놈......!]
[아, 그리고 한가지 더....... 도총관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어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아......!! 도총관 마저......!]
[하하하! 비밀은 입이 무거운 사람만 지킬 수 있는 법이니 너무 야속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하하하!]
실로 놀라운 비사였다.
화산파의 장문인이며 무림육절중에서도 두 번째로 불리우는 청운비(靑雲裨)가 제자에 의해 감금된 생활을 하고 있다니.......
또한 그 제자가 백도문에서도 쟁쟁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맹무천 황태관의 아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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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296년 9월 8일.
형가촌.
말 네필이 끄는 황금마차가 마을로 들어서자 마을사람들은 너나할 것없이 구경을 나왔다.
말 네필이 끄는 마차.......
고관대작들이나 타는 그런 마차였다.
그런데 휘황찬란한 황금빛이 나는 마차라니....... 촌사람들이라 그러한지 생전 처음 보는 황금마차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
한명의 사내와 두명의 여인들이었다.
여인들은 황의와 청의를 입고 있었는데 그 누가 보아도 눈이 아플 지경으로 아름다운 여인들이었다. 가히 천상의 선녀가 하강한 것 같은 절세의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들이었다.
[3년만에 찾는 고향이군.]
한 사내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러자 언제 나타났는지 어린아이들이 다가와 마차 주위를 배회했다.
마부는 그런 아이들을 쫓으려 했다.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그의 말에 아이들은 슬금슬금 멀리 떨어졌으나 이내 다시 모여들곤 했다.
[그냥 놔 두시게. 아이들이 신기해 하는 것 뿐이니.......]
사내가 마부에게 그렇게 말하자, 마부는 더 이상 뭐라하지 않고 말이 놀라지 않도록 고삐를 다시금 쥐어 잡았다.
두 명의 여인들의 표정은 그다지 즐겁지가 않은 듯 했다.
[이곳이 상공이 태어나 자라난 곳이라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황의여인이 말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청의여인이 대답했다.
[정말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노릇이야. 이런 촌골짜기에서 중원제일신의가 탄생했으니.......]
중원제일신의.......
그것은 구원신의 고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던가.
두 명의 여인....... 그들은 바로 청소옥과 강유정이었던 것이다.
고진은 3년만에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며 살인귀의 곡양풍을 만났던 고향에 돌아온 것이었다.
헌데 무엇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일까?
그때, 한 노인이 그들에게로 다가오며 말하는 것이었다.
[본인은 형가촌의 촌장이오. 귀하는 어인일로 오셨소?]
그를 보자 고진은 깍뜻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저를 알아보시겠는지요?]
노인은 눈이 나쁜지 한참을 껌뻑거리며 바라보았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젊은이가 누군지 잘 보이지 않는구려.......]
[저에요....... 고씨의 아들.......]
그의 말이 끝나자 촌장은 매우 놀라는 듯이 휑한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정녕 고씨의 아들 진(眞)이냐?]
[네.......]
그의 입가엔 환한 웃음이 배이더니 뒤를 돌아보며 마을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갈라지는 음성이 매우 격양되어 있음을 알려주었다.
[여러분, 7년전에 행방불명 되었던 고씨의 아들이오! 어서들 와서 이 장한 모습을 보시오!]
사람들은 촌장의 말을 듣자 모두가 놀라는 듯하면서도 반가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너나할 것없이 고진에게로 다가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청소옥과 강유정은 알 수 없는 정을 느끼고 있었다.
[누나.......]
그때였다.
한 사내아이가 강유정의 치맛자락을 가볍게 잡아 끌며 말했다.
[왜 그러니?]
[우리 이거 타 봐도 돼?]
아이들 몇몇이 멀리서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주노(周老) 아이들을 태우고 마을 어귀에 다녀 오세요.]
[알겠습니다. 마마.......]
아이들은 우르르 마차로 올라탔고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었다.
마부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쓴 웃음을 지으며 말을 몰아 마을어귀 쪽으로 사라졌다.
[뒤에 있는 미녀들은 누구인가?]
마을 사람들이 두명의 절세미인들을 보며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 저의 아내들입니다.]
[허허허, 과연 피는 속일 수 없다니까....... 고씨도 절세의 미녀를 아내로 얻더니 그의 아들은 한수 더 떠서 절세의 미녀를 둘씩이나 얻었으니.......]
사람들은 자신이 두 미녀 아내를 얻은 것 마냥 즐거워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고진이 두명의 뛰어난 아내가 더 있음을 안다면 어떠한 표정을 지을까? 실로 상상할만한 광경일 것이다.
고진은 예전에 살던 집에 들렀다.
어릴적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어머니로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는 일과 언제나 자신의 상처만을 덤덤히 치료를 해 주시던 아버지.......
이상하게도 집을 떠난 지 7년여가 되었건만 집엔 거미줄 하나 없었다.
헌데 고진은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성큼 집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어 보았다.
[우으.......]
함께 방안으로 들어가려던 청소옥과 강유정은 방안에서 풍겨나오는 이상한 냄새에 코를 막고는 밖으로 얼른 뛰쳐 나갔다. 오랫동안 닫혀있어서 눅눅하고 쾌쾌한 냄새가 풍겨져 나왔던 것이었다.
[어휴......, 저게 도대체 무슨 냄새야?]
[글쎄말이야.......]
헌데 고진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의 얼굴은 그 냄새마저 무척 정겹게 받아 들이고 있는 듯 했다.
그가 방안을 청소하자 희뿌연 먼지가 진동했지만 그의 표정에선 전혀 싫거나 귀찮은 표정은 찾아 볼수가 없었다.
두 명의 여인들은 그저 우거지상을 지은채 밖에서 그런 남편을 지켜 볼 뿐이었다.
고진이 방 청소를 끝내고 나올 무렵이었다.
젊은 청년 하나가 땔감과 쌀자루를 짊어지고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고진, 네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어!]
[문팔룡(文八龍)?]
[자식, 용케도 알아 보는구나!]
두 사람은 부둥켜 안으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못본 사이에 신수가 훤하구나!]
[자식 나도 장가를 갔거든.......]
[뭐? 하하, 누가 시집왔는지 정말 궁금한데......?]
[흐흐......, 나도 내가 장가를 간 것이 참 신기하다니까.]
그는 너털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그를 향해 말했다.
[우리 오래간만에 사냥하러 가 볼까?]
[좋지! 헌데 내가 쓰던 활이랑 도끼가 그대로 있을까?]
[너희 집에 있는 물건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보물이잖아!]
[하하, 그런가?]
그가 웃고 있는 사이, 멀리서 두명의 여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누구지?]
고진의 중얼거림에 문팔룡은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리곤 이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도 굼긍해 하는 내 마누라다.]
[마누라......? 두명 모두?]
[흠!]
문팔룡은 헛기침을 하며 은근히 과시를 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네 마누라들은 이런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을 것 같아서 내가 불렀다.]
[녀석.......]
고진은 가슴 언저리로부터 복받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모처럼 찾아온 고향에 이처럼 따뜻하게 맞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고진과 문팔룡은 사냥을 하러 산으로 사라졌고,
남아있던 청소옥과 강유정은 문팔룡의 부인들과 함께 저녁을 짓고 있었다.
부엌에서 불을 지피는 일을 강유정이 맡았는데 마른지푸라기를 태우는 연기에 눈이 매워 눈물, 콧물을 다 흘려야 했다.
[켁켁....... 이게 정말 사람 잡네......!]
[호호......, 불을 지필때는 그렇게 무턱대고 피우지 말아야 해요.]
문팔룡의 첫 번째 부인인 윤기영(尹琦英)이 친절하게 지도해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유정은 실수의 연발이었다.
한편, 음식을 맡은 청소옥은 강유정보다 미칠 지경이었다.
[양념을 만드는 솜씨가 영 엉망이군요.]
문팔룡의 두 번째 부인인 윤주영(尹珠英)이 그녀가 한 양념을 맛보더니 힐책(詰責)을 하는 것이었다.
[생전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청소옥이 투덜거리며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그럼 다음엔 야채를 썰어 볼까요?]
문이부인(文二夫人)이 먼저 시범을 보였다.
<토톡토톡.......>
부엌칼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썰어진 채소들 또한 모양새가 무
척이나 보기 좋았다.
지켜보던 청소옥은 이것만큼은 자신이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것 쯤이야!]
그녀는 긴 장검을 뽑아 들더니 몇번 휘둘렀다.
검이나 부엌칼이나 사용 목적은 똑같지 않은가.
그러나 똑같은 목적을 가진 칼은 칼인데.......
<슈슈슉......! 샤샤샤아악!>
지켜보고 있던 문이부인은 놀라 입이 제대로 다물어 지지가 않았다.
[음식 만드는 것도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군 그래.......]
청소옥은 스윽 검을 집어 넣으며 아무렇게나 잘려진 채소를 바라보았다.
[읔......! 이게 뭐야......?]
그녀가 금방 썰은 채소들은 덩성덩성할뿐만 아니라 모양새도 가지각색이었다.
문이부인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며 흩트러진 채소를 한데 모으며 말했다.
[아마 이렇게 음식을 만들다간 틀림없이 소박(疏薄)맞을 거에요!]
[쩝.......]
청소옥은 할말을 잊은체 문이부인이 가르치는대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냥을 나간 고진과 문팔룡은 멧돼지를 잡아서 내려오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사냥하는데도 제법 큰 놈이 걸렸군 그래.]
[너의 사냥 기술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게 없는 것 같아.]
[자네 사냥 솜씨가 줄은건 아니구?]
[뭐? 하하하!]
[그런데, 자네 부인들을 보니 무척이나 닮았던데.......]
[후후......, 잘 봤어. 그들은 쌍둥이 자매야.]
[그래? 어쩐지.......]
[그나저나 자네 부인들도 만만치가 않던데.......]
[뭐가?]
[내 마누라들 보다 예뻐서 왠지 심술이 나는데......!]
[뭐? 하하하!]
그들이 집으로 다가오면 올수록 굴뚝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향긋한 냄새까지 풍겨 나왔다.
[흐으음....... 냄새 좋은데......?]
[자, 어서 가자구.]
그날 저녁,
문팔룡부부와 고진부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하였다.
[이게 정말 소옥이 만든 음식이란 말이야?]
고진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영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흥, 맛 없으면 안 먹으면 돼지 왜 그렇게 투정이 심해요?]
[누가 맛 없다고 그랬어? 너무 맛있어서 도리어 이상해서 그렇지.......]
[흥, 차라리 맛 없다고 놀리는게 더 낫네요.]
강유정은 그런 청소옥을 보며 킥킥대며 웃었다.
[황매 마저도 날 흉보는거야?]
강유정은 찔끔하며 웃음을 멈추었지만 얼굴엔 웃음을 억지로 참는게 역력했다.
문팔룡부부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가식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한창 주흥이 무르익을 자시(子時;23시∼01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이었다.
[계시오?]
돌연 문 밖에서 들려오는 굵직한 음성이었다.
고진이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검을 찬 한명의 사내와 배가 부른 여인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구십니까?]
[우리들은 이곳에 볼일이 있어 들렸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군요. 보시다시피 저희들은 노숙할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하룻밤만 신세를 질 수 없겠소?]
고진으로서도 매우 불편했다.
방이라곤 달랑 하나 있는데 자기 혼자서 잘것 같으면 몰라도 두 명의 부인들도 함께 있다보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들어오시지요.]
[고맙소!]
일남일녀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문팔룡부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들의 자리를 양보했다.
[우린 이만 가야겠군. 내일 또 들리겠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하하, 미안하면 내일 술자리 한턱 내면 되지.]
[알았네.]
청소옥과 강유정도 문부인들에게 인사를 했다.
문팔룡부부가 가고 나자 방안은 한층 더 넓어 보였다.
[식사를 하지 않았다면 함께 드시지요.......]
고진이 손님들에게 정중히 물었다.
[뜻은 고맙지만 우린 오는길에 저녁을 먹었소.]
[그래요? 그럼 술이라도.......]
[괜찮소.]
[쩝.......]
그는 더 이상 술을 마실 기분이 나지 않았다.
청소옥과 강유정이 술상을 치우자 고진은 일어서며 말했다.
[형장(兄丈)은 저와 함께 밖으로 나갑시다. 아무래도 이 방은 아녀자들끼리 자는게 나을 것 같군요.]
[그럽시다.]
밖으로 나온 고진과 손님은 마루에 기대고 앉아 잠을 청했다.
x x x
따스한 아침햇살과 산새들의 기적임에 눈을 뜬 고진은 느긋하게 기지개를 폈다.
[으하아아함.......]
입이 찢어질 것같은 하품도 잠시 그는 함께 잠을 자던 손님이 없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침일찍 어딜 갔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숲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아아아앗!]
고진은 깜짝 놀라면서도 느긋하게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사라지고 나자 강유정이 방문을 열고 부시시한 모습으로 나왔다.
[아이구......, 허리야....... 맨날 푹신한 침상에서 자다가 딱딱한 방에 자니 삭신이 다 쑤시는구나.......]
그녀는 몸을 들썩거리며 잠자리가 불편한 것에 대한 넋두리를 늘여놓았다.
[길바닥에서 자는 것 보다는 백배 낫지.]
강유정은 문득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청소옥이었다. 그녀는 밖에서 잠을 자는데 이력이 났기 때문에 강유정보다는 훨씬 편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언니야, 무림인이지만 난 아니라구요!]
[별걸 갖구 다 트집 잡는 군. 상공이 돌아오시기 전에 빨리 아침이나 준비해야지!]
[에구....... 또 매운 연기를 뒤집어 쓰게 생겼군.......]
강유정은 부엌으로 들어가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넌 매운 연기나 뒤집어 쓰지만 난 신맛 매운맛 짠맛 다 봐야 한단 말이야!]
[푸훗......!]
청소옥의 말에 강유정은 웃음을 지으며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콜록......, 에이치......!]
청소옥은 강유정의 기침소리와 재채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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