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무협. 무림독패(武林獨覇)
- 45 - 마지막 배려(配慮).
강호무림에 이처럼 허황대고 믿을 수 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사람들은 믿지 않을려고 부단 애를 썼지만 사실은 역시 숨길 수 없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도문의 맹주 사마천이 암살 당했다!>
<살인자는 신비궁의 천외무승이라는 고수였다!>
<백도문의 맹주가 천외무승의 이초지적(二招之敵)도 되지 못했다!>
<신비궁의 3백년 무림독패가 시작되려 한다!>
무림인들 사이에 오가는 수많은 말들 중에는 물론 과장된 것도 없잖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신비궁의 무림독패>란 말에 상당한 반응을 보였다.
3백년전 간신히 중원에서 세외로 몰아낸 세력. 그 세력의 잔당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동시에 백도문에는 긴급한 회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백도문의 맹주가 피살된 지금, 하루속히 맹주를 옹립해야 하오.]
백도문 서열 2위인 문성태제(文星太帝) 조재균(曺宰均)이 침음한 음성으로 말했다.
문성태제 조재균의 나이는 이미 칠순을 넘긴 고령이었음에도 40대의 중년인으로 보이는 동안(童顔)이었다.
[문성태제, 그대는 누구를 맹주로 옹립하고 싶은가?]
소림 방장 공명이 불만 가득한 음성으로 물었다. 아마 이전에 객청각 사건 때문일 것이다.
[무당의 청수 공자가 적당할 것 같소.]
[난 반대요!]
무당의 허석태가 그의 말에 다짜고짜 일갈했다.
[태을진인, 뭣 때문에 안된다는 거요?]
문성태제 조재균이 이맛살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무당파는 백도문에서 탈퇴할 것이기 때문이오.]
방안은 일순 웅성거림이 그치지 아니했다.
태을진인 허석태는 조소를 머금고 다시 일침을 가했다.
[무당뿐만이 아니오! 소림, 개방, 곤륜, 화산, 철혈세가도 나와 같은 생각이오!]
일시에 오파일가(五派一家)가 탈퇴한다니.......
오파일가가 탈퇴를 한다면 백도문의 세력 7할이 일시에 빠져나간다는 뜻이 아니던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었다.
문성태제 조재균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이내 평정을 되찾으며 입을 열었다.
[전대(前代) 맹주에 대한 오해때문이오?]
그의 물음에 오파일가는 일순 침묵으로 답했다.
[문성태제, 당신은 저자거리에 나가보셨소?]
돌연한 주천방의 반문(反問)에 문성태제 조재균은 몸을 가볍게 돌렸다.
[저자거리로 한 번 나가보시오. 우리들이 이렇게 탁상공론을 벌리는 동안, 천외무승...... 아니 구원신의는 지금도 병들고 힘없는 자들을 위해 의술을 펼치고 있소.]
문성태제 조재균은 묵묵부답의 자세로 주천방의 말을 듣고 있었다.
[문성태제, 당신도 의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인데 어찌 구원신의처럼 의술을 행하지 않는거요?]
[난 무림인이오.]
문성태제가 딱 짤라 말했다.
[훗, 구원신의는 그럼 무엇이오?]
[.......]
문성태제 조재균은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말 할 수가 없었다.
[그가 구원신의로 나섰을땐 중원의 의성(醫聖)이고, 천외무승으로 나섰을땐 중원의 적이 되는 거요? 그런 것이오?]
태을진인 허석태가 허심탄회하게 물어오자 문성태제 조재균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야 말았다.
[부끄럽소....... 한 인간을 두고 저울질을 하는 것은 결코 성인군자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본인이오. 허나...... 그가 만에하나 천외무승의 신분으로 중원의 적이 되었을땐.......]
[아미타불....... 그는 결코 중원을 버리지 않을 것이오!]
단호하면서도 근엄한 음성이었다.
그 음성의 주인공은 공명대사였다.
문성태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결단을 말했다.
[백도문은 천외무승에 관한 모든 것을 철폐시키겠소. 그러니 오파일가도 백도문을 떠난다는 말은 철회해 주시오.]
잠시 장내는 침묵의 순간이 다가왔다.
일각이 지났을 무렵인가, 한 청년이 일어나 문성태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소생은 화산파의 공손대풍이라고 합니다. 이곳 백도문에 화산파의 반도 황운보가 은신해 있습니다. 그자를 화산파로 보내 주신다면 장문인과 상의해 탈퇴를 철회토록 하겠습니다.]
황운보라는 이름이 나오자 장내는 또 한 번 웅성거렸다.
그의 부친의 신분이 백도문의 서열 5위 직위인 맹무천에 올라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문성태제는 문과 무를 겸비한 인재중의 인재였다.
그런 그가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는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사소취대(些小取大)... 대를 위해 소를 버릴 수 밖에 없다.)
결국 황운보는 포박을 받은체 화산파로 인도되었고, 맹무천의 직위에 올라있던 그의 부친 황태관도 자리에서 물러나야했다.
백도문은 전대 맹주 하나 때문에 고통을 감수하며 살을 도려내는 시련을 감내(堪耐)해야만 했다.
x x x x
활생원.
가녀린 여인의 손목을 진맥중이던 고진은 순간 그녀의 손목에서 급히 손을 거둬들이며 그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
이제 나이 20대 초반의 미녀였다. 비록 면사(綿絲)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풍겨져 나오는 기품과 몸매는 천하4대미녀들을 능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왜 기겁을 하며 그녀의 손에서 재빨리 손을 거뒀는가?
바로 그녀의 신분때문이었다.
<진정 당신이 소궁주요?>
고진은 전음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여인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소궁주.......
바로 북해신궁의 소궁주 초아였다.
<북해칠호법의 부탁으로 북해신궁의 재건을 부탁받았소.>
고진이 담담히 말하자, 여인도 전음(轉音)으로 대답했다.
<천외무승, 북해신궁은 이미 탈환되었어요!>
고진은 그녀의 말에 반신반의했다.
<북해칠호법의 말로는.......>
<중원에 전해져 오는 신선궁이라는 이름. 그것이 허명이라 생각했나요? 신선궁은 중원에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모습을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요.......>
고진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나오고야 말았다.
신선궁이 북해신궁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만 생각하고 있던 그였기에 놀라움은 더 컸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찾아 오셨소? 중원을 공략하기 위해서요?>
그렇다.
이미 북해신궁을 수복(收復)했는데, 무엇 때문에 중원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는가? 그것이 그의 의문중 하나였다.
<후훗......, 중원의 공략이라......? 본녀를 비롯해 북해신궁의 그 어느 누구도 중원을 넘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에 다시 중원으로 온 것은 한명의 반역자를 찾기 위해서.......>
<반역자?>
<그렇소. 그의 이름은 갈승천....... 바로 본녀의 아버님을 시해한 자!>
갈승천, 고진도 들어본 이름이었다.
북해칠호법이 부득부득 이를 갈며 저주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갈승천을 천외무승 당신이 처단해 주세요!>
<내가?>
<그것이 천외무승 당신이 북해신궁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고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가 다시 전음으로 말을 이어왔다.
<천외무승의 무공은 본래 북해신궁의 것. 그것을 당신이 익혔으니 당연히 북해신궁인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허나 당신은 중원인이고 천하제일신의라 불리우는 인물이라 당신을 놓아주고자 하는 뜻에서 제안하는 거에요.>
<그것 참.......>
고진이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거나 그들이 제안한 것은 결코 그에게 있어 손해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는 남의 것을 훔쳐 배운 것이기 때문에.......
<좋소....... 갈승천은 본인이 해결 하리다. 헌데.......>
<뭐죠?>
<천외비급은.......>
그가 천외비급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자 소궁주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걱정말아요. 이미 우리들이 회수를 했으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이렇게 찾아 주셔서 고맙소.]
그가 포권을 취하자, 소궁주도 공손하게 답례했다.
곧이어 두명의 시녀로 보이는 여인이 나타나 그녀를 데리고 사라졌다.
고진이 활생원 밖까지 배웅을 하며 사라져 가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만약 신선궁이 중원을 공략할 마음만 먹는다면 중원은 한차례 혈겁에 휘말렸을 것이다. 시비(侍婢)들에게서 풍기는 기도가 저 정도이니.......)
고진은 점이 되어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x x x x
사마천의 죽음으로 오갈데가 없어져 버린 갈승천이 제남(濟南) 땅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채찍을 휘두르자 말은 입에 허연 거품을 흘리며 바람을 가르듯 질주하고 있었다.
[멍청한 놈 같으니라구! 진작에 내 말대로 빙수결계를 동원했으면 그 놈 손에 죽지 않아도 될 것을....... 멍청한 놈 같으니라구.......]
그가 재차 말에게 채찍을 가하며 숲을 지나쳐갔다.
숲속으로 일각여를 달렸을까?
돌연 그의 앞을 가로막은 인물이 있었다.
[누, 누구냐!?]
[그대가 갈승천이라는 반도(叛徒)인가?]
갈승천은 돌연 가슴이 써늘해짐을 느꼈다.
(고수다. 이런류의 고수는 자객(刺客)뿐이다.)
그의 앞에 버티고 있는 사람은, 전신 백의로 치장을 한 사내였다. 얼굴은 알 수 없게 죽립으로 가리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의 허리춤에 흰부채(白扇)가 꽂혀 있었다. 채미란의 수하로 있는 백선(白扇), 바로 그였다.
[너는 누구냐? 북해신궁의 사주를 받았느냐?]
[북해신궁? 난 그런 곳은 모른다. 다만 주공(主公)을 위해 널 처단할 뿐이다.]
싸늘한 음성이었다.
(놈, 보통 고수가 아니다. 나와 필적하거나 아니면 그 이상이다......! 피할수 없는 일전(一戰)이라면 동귀어진(同歸於盡)의 방법 뿐......!!)
갈승천은 말에서 내려서며 서서히 내공을 끌어올려 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 하나가 움직일때마다 주위의 바위며 나무며 땅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는 듯 했다.
이를 지켜보던 그는 눈을 부릅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느 순간인가, 갈승천이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건 무슨 사술이지?)
그가 놀라며 당황하고 있는 순간, 그의 눈앞에 보여지는 것은 눈보라가 휘날리고 있는 설원이었다.
(진법이다......! 놈의 진법에 말려 들고 말았다!)
늦은 후회감이 밀려들었다.
갈승천은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진세를 조종하고 있었다.
백선은 뼈속까지 시린 추위를 맛보며 걸음을 옮겼는데 그때마다 그의 뼈마디가 딱딱하게 굳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도무지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가만히 지탱하기도 힘들다니......! 이럴 때 흑선이라도 있었다면.......)
백선의 몸이 눈보라에 파묻혀 걸음도 걸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것일까?
백선은 마지막 진기까지 끌어올렸다.
(파천폭염무(破天暴炎霧)로 승부한다......!)
파천폭염무......!!
자신의 전신내용을 화염으로 불태우는, 동귀어진의 수법이었다.
[파...... 천...... 폭...... 염...... 무......!!]
열화탄기가 그의 몸에서 작렬하는 순간, 36방위, 아니 360방위로 폭염(暴炎)이 뻗쳐나가는 광경을 보라......!
축제때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처럼 그의 몸에서 수천, 아니 수만개의 불꽃이 퍼져 나갔다.
[크윽......!]
백선은 울컥 선혈을 토해내며 눈더미 속으로 쓰러졌다.
(결국......, 결국 실패인가? 흑선.......)
백선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한편, 힘들게 진을 조종하고 있던 갈승천은 백선이 최후로 발한 무공에 하
마트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그의 안면에는 날카로운 칼에 베인 것 처럼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서운 초식이였다. 호신강기(護身剛氣)가 아니었더라면 쓰러진 것은 놈이 아니라 나였을 것이다......!)
그는 상대가 쓰러졌음에도 진세를 거두지 않았다.
쓰러진자가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쓴것이라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이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초로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형색이 비록 남루하고 초로해 보였지만, 눈에는 기이한 이채가 발하고 있는 노인이었다.
아마 갈승천이 그의 신분을 안다면 지금 저렇게 여유를 부리며 진법을 펼치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노인.......
바로 성왕교의 교주인 악무제. 바로 그였다.
노인의 뒤편에 검은색과 원수가 졌는지, 아니면 검은색에 미쳤는지 온통 검은색으로 치장을 한 중년인 한명과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흉칙한 몰골을 한 중년인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금전에 저 아이가 펼친 것이......?]
[그렇습니다. 파천폭염무였습니다.]
[파천폭염무는 만파신각(萬破伸脚)의 무공인데....... 어찌 저 아이가 펼 칠수 있는 것이지?]
흉칙한 몰골을 감추기 위해 흘러내린 머리칼을 가볍게 흔들며 중얼거렸다.
[파천폭염무를 펼칠줄 아는 아이는 만파신각의 백영운(白永雲)뿐이다. 그렇다면......?]
그의 눈이 잠시 번쩍이더니 흑의중년인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순간 흑의중년인도 놀라며 재빨리 노인에게 말을 전했다.
[저 아이가 채사매를 호위하고 있다합니다.]
[그렇다면 어서 가서 구해야 할 것 아닌가!]
[존명!]
이 노인이 누군가!
바로 마교제일종사로 군림하고 있는 악무제, 바로 그였다.
흑의중년인은 흑사의(黑邪醫) 중에서도 신의라 불리우는 마교의 탁수현이 바로 그였다.
[무혼야, 모름지기 진에는 파훼가 있기 마련이다. 네가 보기엔 어디일 것 같으냐?]
흑의중년인이 흉칙한 몰골의 중년인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마교의....... 소제의 생각은 저 진은 무극팔폐(無極捌廢)의 역순으로 형성되어 있는 듯 합니다.]
[무극팔폐라....... 그리 어려운 진도 아니군!]
마교의와 무혼야는 진을 펼치고 있는 갈승천의 뒤로 다가갔다.
순간, 진을 펼치고 있던 갈승천은 내심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이럴 때......!! 필시 빙수결계의 취약점을 눈치챈 것이 틀림없다! 빌어먹을......!!)
그는 급히 진세의 방향을 바꾸었다.
[어림없는 수작(手作) 부리지마라!]
흑의중년인의 일갈과 함께 날아드는 날카로움.
<쇄애애액......!!>
갈승천은 진법이고 뭐고 다 접어치우고 재빨리 몸을 뒤로 굴렀다.
그의 머리위로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바늘(針)과도 같은 암기였던 것이다.
(엄청난 공력이 실린 암투술(暗投術)!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더니.......)
그는 낭패감을 감추지 못하고 요대(腰帶)를 끌었다. 그러자 그 요대는 금새 튕겨지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좋은 연검(軟劍)이군!]
무혼야의 외침과 함께 검을 뽑으며 나가았다.
[해룡파강어기검(海龍破强漁磯劍)이다!]
[천마용파격참(天魔龍破格斬)......!]
두 검세가 일시에 뻗어나가 맞 부딪치자 천지가 개벽하는가!
지축이 뒤흔들리며 두 사람은 오장여나 뒤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동시에 두 사람은 울컥! 선혈을 토해내고야 말았다.
[제법이로구나.......]
무혼야는 씁쓸하게 미소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의 절기인 천마용파격참이 이 정도 밖에 안되었단 말인가?)
무혼야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재차 검세를 잡았다.
(시간을 더 끌면 내가 불리하다! 속전속결로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갈승천은 그렇게 결심을 내리고 연검을 살짜기 흔들었다.
<파라라락......!>
연검은 일시에 검화(劍花)를 피우며 무혼야를 향해 돌진했다.
[화승파강어기검(花乘破强漁磯劍)이다! 가랏!]
무혼야는 검을 세우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천마초결무(天魔草結霧)......!!]
갈승천, 그는 북해빙궁의 열손가락에 드는 초절정의 고수였으며, 무혼야 역시 마교 십대천마(十代天魔)에 끼어있는 고수였다.
두 고수가 뿌리는 검세가 어찌 장난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들은 2초만에 승패를 좌우하고 말았다.
고수들의 결투는 이처럼 너무나도 허무맹랑하게 끝나버렸다.
갈승천의 왼쪽어깨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혈도를 짚어 더 이상 피가 흐르는 것을 막았다.
반면, 무혼야의 상세(傷勢)는 어떤가?
그의 가슴은 갈고리로 낙서를 해 놓은 것처럼 처참했다.
혈흔으로 인해 그의 몰골은 더더욱 괴기스럽고 끔찍했다.
그때, 갈승천은 몸을 돌려 허공으로 사라지려했다.
[어딜!]
마교의의 손에서 발출된 무형의 암기(暗機)가 그의 등을 엄습하며 쾌속무비(快速無比)하게 날아드는 것이었다.
갈승천은 재빨리 몸을 뒤집으며 피했지만 그것은 상대의 허초(虛招)였다.
[크으윽!!]
그의 목이 뜨끔거리는 것 같더니, 이내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목에서 흐르는 끈적끈적한 것을 만져보았다.
그것은 피(血)였다.
그의 입에선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의 천돌혈(天突穴)이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그의 신형은 허공에서 그대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며 두부가 터지듯 그의 머리통이 수박 갈라지 듯이 무참하게 으깨어져 버렸다.
마교의가 쓰러져있는 백선에게 다가가 맥을 짚어 보았다.
[다행이 죽지는 않았군.]
그는 그리 중얼거리며 그의 몸 몇군데에 점혈을 가하곤 그의 등뒤로 가 진기(眞氣)를 불어 넣어 주었다.
잠시후, 백선은 울컥! 검붉은 어혈(瘀血)을 토해냈다.
그가 막힌 피를 토하고 나자, 마교의도 그의 등에서 손을 떼었다.
백선이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바라보니, 익히 알고 있는 자들이 아니던가!
그는 급히 땅바닥에 엎드리며 절을 올렸다.
[제자 백영운, 교주님을 뵙습니다!]
악무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친히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거라. 상세는 어떠하느냐?]
[마교의 덕분에 완쾌되었습니다.]
[허허....... 수현의 의술이 가히 나쁘진 않았나 보구나.]
악무제는 껄껄거리며 온화한 웃음을 흘렸다.
이 웃음을 보는자는 실로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사악하고 잔인하다 일컫는 마교제일종사의 미소가 이토록 온화하고 자애스럽다니....... 그러나 그가 무공도 모르는 평범한 노인이라면 필히 신선이라고 아낌없이 입을 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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