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무협. 무림독패(武林獨覇) 2부
- 26 - 절대지존(絶對至尊)
죽음의 땅이라 불리우는 대막(大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흩날리는 모래바람과 뼛속까지 녹아내릴 것만 같은 폭염(暴炎) 뿐이었다.
그 가운데....... 뭔가가 아른아른 거리는 것이 신기루(蜃氣樓)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두개의 그림자.
그것은 사람의 그림자였다.
두 사람.......
그들은 너덜너덜한, 그나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의아스러운 죽립(竹笠)에 의존한채 무딘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중원이다.]
[알고 있습니다. 사부.......]
두 사람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들은 점점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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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岳陽).
삼경이 훨씬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낮처럼 환하게 밝은 불야성(不夜城)의 거리.
늦은 시간인데도 거리에는 요념한 모습을 한 여인들과 지나가는 과객들로 붐볐다.
유하객잔(柳河客棧).
다른 객잔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으며 시끌벅쩍한 소리와 함께 가녀린 여인들의 웃음소리까지 들려왔다.
이곳은 분명 술과 음식이 있는 객잔이었다.
헌데도 기루(妓樓)에 온 것처럼 탐욕스럽고 방탕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좀 시끄러운 객잔이로군.]
한 사내가 방안으로 들어면서 투덜거렸다.
그러자 뒤따르던 여인이 침상으로 다가가 앉으면서 대답했다.
[이해하세요. 이런 늦은 시간에 방을 구한 것만해도 천만다행이라구요.]
그녀의 말에 사내는 탁자 위에 검을 내려놓으며 놓인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곤 침상에 앉은 여인을 보며 말했다.
[흥......! 초홍(椒紅)이 참으라고 하지만 않았다면 당장에라도 옆방의 년놈들을 한칼에 요절냈을거야!]
장난기 섞인 그의 말투에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용랑(龍郞), 이제 그만 떠들고 잠좀 자둬요.]
[알았어....... 그나 저나 우리 애기는 잠들었나?]
사내는 징글맞게 해산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여인의 불룩한 아랫배를 바라다 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아랫배를 매만졌다.
[우리의 아기는 틀림없이 당신을 닮은 무림고수가 될거에요.]
[당연하지! 나 용천우(龍天羽)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나저나 강호가 앞으로 시끄러워 질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흐흠......!]
용천우는 짧은 신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뭔가 골똘히 생각할때의 그의 버릇인 듯.
[무당파에 있는 무림삼대기보중 하나인 유패검이 도둑 맞은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아요.]
초홍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세상엔 상상을 초월하는 기인들이 많지. 하물며 도둑들이라고 그런 기인들이 없을까? 하지만 무당파에서의 도둑질이라....... 정말 찜찜한 일이야. 어쩌면 중원에 새로운 혈풍이 몰아칠지도.......]
[아......, 용랑. 이런 얘기는 이제 그만해요.......]
여인은 남편의 넓은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초홍.......]
[용랑.......]
자연스레 두 사람은 침상으로 쓰러졌고 부드러운 사랑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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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그림자가 돌연 허공으로 치솟았다.
[헉헉....... 헉헉.......]
거센 숨을 몰아쉬며 한 사내가 골목으로 뛰어 들었다.
[빌어먹을....... 정초부터 되는게 없더니만.......]
사내는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게 쉴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 뿐이었다.
[그깟 할망구에 왜 그리 연연하는 사람이 많은지....... 빌어먹을! 잘못하다간 이 양천위(陽闡暐)의 모가지가 제대로 붙어있지도 않겠군!]
사내의 손은 여전히 벽을 짚고 있은채 앞으로 나아갔다.
위에서 그런 사내를 지켜보는 검은 그림자.
[후후....... 그래, 계속 가라! 가서 그 계집년에게 알려라! 후후후.......]
흑의(黑衣)의 사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앞서가는 사내를 쫓았다.
헌데, 이 흑의사내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의 머리위에 또 하나의 그림자가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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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파(武當派).
아침 이슬이 걷히기가 무섭게 한 사내가 불쑥 얼굴을 디밀었다.
문 앞 청소를 위해 문을 열던 소동(小童)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이게 벌써 며칠째야?!]
소동이 백짓장 같은 얼굴을 한채 소리쳤다.
[히히......, 배가 고파서.......]
[이 거지 녀석이......, 당장 꺼지지 못해! 무당파가 무슨 거지 밥주는덴줄 알아? 썩 꺼지지 못해!]
거지로 보이는 사내의 나이는 약관(弱冠)을 넘어선 듯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소동의 하대에도 능글맞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히히......, 밥 주기 싫으면 무공 한자락이라도.......]
[정말 눈뜨고 못 봐주겠군! 밥이 아니면 무공을 가르쳐 달라? 흥! 네 녀석의 할애비가 와도 어림없는 소리다!]
[히히......, 그러지 말고 하나만 가르쳐 주라. 전에 있던 친구는 잘 가르쳐 주던데.......]
[흥! 거짓말 마라! 청운(靑雲) 사형이 가르쳐 줬을 리가 만무하다!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소동이 빗자루를 들어 거지 청년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그 거지 청년은 슬쩍 피하면서 무당파의 무공 몇초식을 흉내내는 것이었다.
[아니......, 저게 정말로......?!]
소동은 거지 청년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초식들보다 그 수가 많고, 동작들 또한 완벽했다.
[거......, 거짓말이지? 어떻게 무당파 제자도 아니면서...... 어떻게 무당파 무공을 할 수 있는거지?]
[히히......, 정말 모른다는 거야? 나는 무당파의 속가제자(俗家弟子)야.]
[속가제자? 흥, 어디서 줏어들은건 있는 모양이지? 무당파의 속가제자가 네 녀석처럼 거지 꼬라지를 하고 다닌다면 누가 믿겠어? 아마 지나가는 개가 다 웃을거다! 하하하!]
[쩝......, 정말인데.......]
[헛소리 말고 썩 꺼져버려!]
거지 청년은 소동의 완고함에도 불구하고 능청맞은 웃음을 흘리며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
그들이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동안 도사 하나가 다가왔다.
[청양(靑揚)아, 무슨 일이냐?]
[아, 청명(靑明) 사형.......]
소동 청양이 윗 사형임을 알고는 허리를 숙여 인사한후 자초지정을 얘기했다. 그러자 청명은 깜짝 놀란 듯한 얼굴을 한채 문 밖으로 뛰쳐 나갔다.
[아......! 정말로 청수(靑秀) 대사형이었구려!]
[히히......, 이게 누군가? 고명하신 청명 도사가 아닌가?]
거지 청년은 무당파에서도 수제자로 알려져 있는 청명 도사를 아랫사람 부르듯 하지 않는가.
소동 청양은 그저 어이가 없어 멍하니 그들을 바라 볼 뿐이었다.
[청양아! 어째서 사형들에게 알리지 않았느냐?]
[소제는 그저 밥을 빌어 먹으러 온 거진줄로만 알고.......]
[히히......, 난 그저 밥만 얻어 먹으면 되는데.......]
[대사형(大師兄), 어서 안으로 듭시다. 사부님께서도 무척 반가워 하실겁니다.]
[.......]
거지 청년의 눈빛이 돌연 바뀌었다.
[이거 밥을 빌어 먹으러 왔더니 졸지에 생각에도 없는 무당파를 구경하게 생겼군 그래?]
[.......]
소동 청양은 안으로 들어가는 거지를 보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누군가 자신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이었다.
[아, 청유(靑釉) 사형.......]
제법 젊어 보이는 도사 하나가 털털한 웃음을 지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후후......, 그리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군데 청명 사형이.......]
[청명 사형의 위로 단 2분의 사형이 계시지. 너도 알고 있는 청문(靑雯)사형이고, 다른 한명이 바로 청수 대사형이지. 헌데 청문 사형은 안타깝게도 5년전에 마교의 무리들과 결투를 벌이다 목숨을 잃으셨지.]
[그건 저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문제는 청수 대사형이지. 5년전 청문 사형의 죽음에 복수심을 버리지 못하고 마교와의 혈전을 벌였지. 단신으로 마교 서열 4위에 올라 있는 사사혼(邪死魂)과 그의 부하들을 전멸 시켜버렸지.]
[우와.......]
소동 청양이 경아로운 눈빛과 경탄을 감추지 못했다.
청문은 쓴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장문인께서는 크게 진노하셨지. 청수 사형은 그런 장문인을 눈치챘는지 그는 돌아오지 않았었지.......]
[아.......]
[유패검(柔覇劍)이 분실된 후에서야 모습을 나타내다니....... 좀더 일찍 왔었더라면 그런 치욕스러운 일은 없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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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청년은 어느새 정숙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 사람이 좀전에 능글맞게 웃어 제끼던 사람이었던가?
[사부님....... 제자 청수가 인사 드립니다.]
[허허.......]
무당파의 장문 장명후는 허연 수염을 쓸어 올리면서 너털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5년이구나....... 그동안 잘 있었느냐?]
[사부님....... 제자가 우매하여 사부님의 깊은 뜻을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벌하여 주시옵소서!]
[허허....... 깨달았으면 되었느니라.]
[무당파의 보물인 유패검의 분실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자로 인하여 유패검의 존재가 노출되었으니 이 또한 벌하여 주시옵소서!]
[허허.......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일이질 않터냐.......]
[사부님....... 그 검이 만에 하나라도 사악한 무리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중원은 그야말로 혈겁(血劫)의 도가니가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얘깁니다.]
[허허허....... 우리 그런 얘기는 천천히 하도록 하자꾸나. 그럼 어디 네 무공실력이 얼마나 진전되었는지 한 번 견식해 보자꾸나!]
장명후는 돌연 손가락을 움직였다.
단지 손가락을 움직였을 뿐인데 엄청난 경력(經力)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청수는 사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재빠른 동작으로 방어했는데 그 품세가 매우 특이한 것이었다.
[오호....... 개방( 幇)의 망나니와도 인연이 닿은 모양이구나!]
청수는 사부의 말에 흠칫 놀라며 자신의 품세를 얼른 거두고 머리를 조아렸다.
[사부님, 용서해 주십시오! 본문의 무공을 사용치 않고.......]
그러자 장명후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소맷자락을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부복해있던 청수의 몸이 저절로 세워지는 것이 아닌가.
(아......! 사부님의 신수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구나.......)
청수는 사부의 내공수위에 사뭇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 본디 무공이란 그 맥이 같은 것이다. 비록 자신들이 고집하는 방법이 다를 뿐. 공격과 방어란 틀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네가 홍제(洪弟)의 무공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 그래 홍제는 요즘 어떠하더냐? 얼굴 못본지도 벌써 10년이 넘는군.]
청수는 하나의 서신(書信)과 함께 대답했다.
[홍사숙의 편지이옵니다. 홍사숙이 제게 무당파에서 일어난 일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더불어 개방 방주 주천방(奏天旁)에게 이일을 알려 유패검의 위치를 추적케 했습니다.]
장명후가 편지를 받아 보았다.
그의 시선에선 흐뭇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홍제가 또 쓸데없는 일을 벌였군. 허허허.......]
[사부님....... 그게 무슨......?]
[홍제가 요금미녀 채미란을 발견하고 쫓고 있다는 구만.]
[요금미녀......? 살인함에 있어 한치의 인정도 베풀지 않는다는......!]
[요금미녀는 마교 교주 탁무현(卓武顯)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는 고수일뿐 아니라 무림에서도 육절이라고 불리우는 여인이지.]
[무림서열은 그저 영웅담(英雄談)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일 뿐입니다.]
청수가 이 말을 한 것은 혹시나 마음 상할까 한 말이었다.
그의 사부는 무림육절중 넷째로 불리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허....... 그래도 그들이 서열을 정한 것 또한 무리가 아니지.]
[.......]
(무연(霧沿), 설마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지.......)
장명후는 먼산을 바라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x x x
강호무림에 한나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유패검을 얻는자 천하제일검신(天下第一劍神)이 되고,
무궁도를 얻는자 천하제일무신(天下第一武神)이 될것이며,
옥령환을 얻는자 천하제일의 내공을 얻을 것이다.
이 세가지 보물이 하나가 되었을 때, 황금성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며 황금성의 주인이 되는 자,
그는 천하의 모든 황금을 소유하리라.
이것은 모든 무림인들이 알고 있는 황금성에 관한 전설이었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무림 절대고수들만이 아는 전설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무림절대지존(武林絶對至尊)에 관한 전설이었다.
수라혈신의 무공을 지닌 자,
패도무겁륜을 익힌다면 그는 능히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절대지존(絶對至尊)이 되리라.
허나, 수라혈신의 무공이 사라진지도 벌써 100여년....... 25년전에 옥수혈랑 사건으로 수라혈신의 무공이 나타날 것도 같았지만 옥수혈랑의 죽음으로 수라혈신은 사라지고 말았다.
허나 무림의 전설은 사라지지 않았다.
황금성과 절대지존의 전설을 쫓는 자가 어디엔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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