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무협. 무림독패(武林獨覇)
- 40 - 신선궁(神仙宮)의 태동(胎動)
청운비가 다시 건강을 차린 것은 이틀이 지나서였다.
[몸은 어떠십니까?]
[놀랍군....... 놀라워.......]
[무엇이 그리 놀라우십니까?]
[자기 자신보다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네....... 나의 몸은 회복불능이었었는데 자네가 이처럼 깜쪽같이 회복시키다니....... 정말 소문처럼 신의(神醫)로군.]
[모두가 저의 스승님 덕택입니다.]
[자네의 스승은 도대체 누구인가? 누구이길래 기사회생(起死回生)의 경지까지......?]
[제 스승님은 강호에선 살인귀의라 불리우신 분입니다.]
청운비의 눈은 놀라움 그자체였다.
[살인귀의....... 그래, 들어본적이 있는 이름이야. 그는 흑사의(黑邪醫)의 대표적인 인물이었지. 자네가 그의 제자라니...... 실로 믿기지 않는군.]
[그분이 저지른 죄업을 제가 선행을 함으로써 갚아 나가고 있습니다. 그분의 꿈이기도 하셨으니까요.]
[그렇군.......]
청운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찬 바람은 몸에 좋지 않습니다.]
[괜찮네. 자네에게 보여줄게 있어 그러니 따라오게.]
고진은 말없이 청운비의 뒤를 따라 하나의 밀실로 들어서게 되었다.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지도였다.
[저건......?]
[저것이 바로 무궁도라네.]
[무궁도....... 천하삼대기보중 한가지라는.......]
[그렇다네. 1년여전 소옥이 마교로부터 갖고온 것이지. 하지만 난 이것을 해석하지 못하였다네.]
[제 눈엔 단순히 지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무슨 다른 뜻이 있는겁니까?]
[내가 알아낸 것은 이것 뿐이라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지도의 귀퉁이를 잡아 당기자 거대한 지도는 순식간에 죽편(竹片)크기로 줄어들었다.
[지도가 줄어들다니......!!]
고진도 그 놀라움에 경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청운비가 지도를 뒤집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나?]
고진의 눈에 보이는 글자들.......
무공수련을 위해 익히는 내공수련법 같았다.
[내공심법(內功心法) 같아 보입니다.]
[그렇다네...... 이 무공의 이름은 파천룡권법(破天龍拳法)이라고 하네. 과거 신선궁의 최고 무공이지.]
고진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보았으나 이미 그는 천외무승의 무공을 알게 모르게 몸에 지니고 있지 않던가. 한 번 본것만으로도 그의 잠력(潛力)속에 갈무리 되어 버렸다.
[이 무궁도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사람은 만상제일뇌라 불리우는 제갈여의밖에 없다네.......]
[네? 방금 만상제일뇌라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자네의 표정을 보니 이미 만상제일뇌를 만나 본 듯 한데......?]
고진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잘 되었군. 이 무궁도를 자네에게 주겠네. 자네는 이것을 가질 자격이 충분히 있네!]
[빙장어른.......]
[허허허! 난 지금 매우 기분이 좋다네. 몸만 건강하다면 자네에게 연환십팔로뿐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무공까지도 전수해주고 싶은 심정이라네. 허허허헛......!]
고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말을 한다는 것은 그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청운비를 보면서 문득 자신의 부친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한없이 자애스러웠던 아버지의 모습....... 그는 그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x x x
경성.
하나의 그림자가 담장을 넘어 집안으로 사라졌다.
담장안으로 들어간 그림자의 눈빛이 달빛과 어울어져 빛을 띄우고 있었다. 무척이나 영롱하고 아름다운 눈이었다. 입고 있는 시꺼먼 야행복(夜行服)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눈이었다.
그의 손에는 흰색천으로 동여맨 것이 들려져있었는데 길이가 3척(三尺;약90cm)가량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막대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빛나는 눈동자가 사방을 살피는 듯 하더니 재빨리 정원을 가로지르며 하나의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누구냐!]
침상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는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재빨리 검을 집으려 했다.
[손을 멈추시오!]
컴컴한 방안에서 들려오는 다소 가는 음성에 사내는 검을 잡으려던 손을 멈추었다.
[대장군(大將軍)....... 본인은 당신을 음해하러 온 자객이 아니오. 단지 당신에게 이 물건을 전해주러 온 것 뿐이오.]
[그대는 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군. 그렇다면 내가 출처를 모르는 물건을 손에 넣지도 않는다는 것 또한 잘 알터인데 어찌 그리 말하는가?]
[물론 대장군의 인품을 모르는바 아니오. 그래서 이 물건을 당신에게 전해야만 하는 것이오. 이 물건을 황제에게 꼭 전해 주셔야겠소!]
[협박이오?]
[훗....... 그리 들렸다면 미안하오. 단지 황실과 이 물건이 중요한 관계가 있을것 같아서 그러는 것 뿐이오.]
[.......]
[나도 이 물건의 출처를 확실히 알 수는 없소. 나 역시 돈을 받고 심부름을 하는 입장이니까.......]
[누구의 사주(使嗾)를 받았는가?]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오. 좋소, 솔직히 말하겠소. 우연히 남경(南京)에서 죽기 직전에 석편웅(碩遍雄)이라는 사람을 만났소. 그는 이 물건을 내게 주면서 반드시 당신에게 전해 주라고 했소. 물론 당신이 내게 이 일을 시킨 사람의 이름을 묻게되리라는걸 이미 알고 있어 미리 내게 이름을 말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석편웅......! 진정 그라는 것을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 그는 지금 복건성(福建省)에서 군사(軍師)를 담당하고 있을텐데.......]
[난 그자에 대해 잘 모르오. 날이 밝거든 확인해 보시던가? 아무튼 이 물건은 전해야만 하겠소!]
그는 손에 들린 물건을 그에게로 가볍게 던졌다.
얼떨결에 그 물건을 받아든 사내는 그 물건이 쇳소리를 내는 것을 느끼고는 그 물건을 싸고 있던 천을 풀어보았다.
천이 벗겨지자 묵색(墨色)의 보잘 것 없는 검이 나타났다.
[이 낡은 검을 황제폐하께 전하라고?!]
[그것은 당신 하기 나름이지. 내가 알바는 아니오.]
[도대체 당신의 정체는 무엇이오?]
야행복의 눈빛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가볍게 웃음을 흘리고는 사라짐과 동시에 사내의 침상 머리맡에< 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내는 침상에서 내려와 촛불을 켜고는 침상 머리맡을 살펴보았다.
나비 모양의 암기였다.
[이건......!!]
사내, 그의 이름은 양태강(陽太剛)으로 세력이 막강한 대장군의 직책에 있으면서도 청렴결백하며 외곬수처럼 고집불통인 성격을 지닌 육순(六旬)의 노인이었다. 워낙 장골한 체질이라 나이가 덜들어 보이는 것 뿐이었다.
그 역시 강호 출신이었던 탓인지 예사롭게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이 암기는 신선궁의 상징......? 그렇다면 신선궁이 세상에 다시 나타났다는 말인가? 신선궁이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은 천외무승 또한 세상에 나타났다는 얘기......! 3백년전의 독패가 재현되려는가? 안돼,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는 굳은 결심을 먹었지만 심중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x x x
신선궁의 태동.......
확실히 그들의 존재는 황실에 매우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디 황실 뿐이겠는가?
백도문에서도 긴급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맹주....... 신선궁의 무림독패가 재현될 것이라고 말씀 하셨소?]
[그렇소.]
백도문의 맹주, 사마천은 태의에 무겁게 앉은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의 시큰둥한 대답에 반론을 다시 재기하는 아미파(蛾嵋派)의 해령(解靈)사태(師太?)의 표정역시 근심어린 표정이었다.
[맹주, 우리 무림은 이미 3백년전에 그들에게 잊지못할 치욕을 당했는데 맹주께선 그들의 독패를 막을 대책이 있으시오?]
[해령사태.......]
사마천이 태의에서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하라 했소. 중원무림이 언제 그들에게 치욕을 당했었소? 단지 그들의 존재의 위험성 때문에 불안에 떨은 것 뿐이오. 그리고 이렇게 명문대숙(名門大叔)께서 모인 이 자리에서 언제까지 탁상공론(卓上空論)만 하고 계실거요?]
그때 젊은 도인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손하게 말한다.
[본인은 무당파를 대표하여 나온 청수라 합니다. 과거에도 그들을 몰아냈듯이 지금도 그들을 충분히 내몰수가 있습니다. 단지 방법이 문제입니다.]
[흥, 그깟 놈들을 두려워할 우리 공동파가 아니오!]
[호장문, 공동파만 그런줄 아시오? 우리 형산파도 두렵지 않소!]
[선제공격을 가합시다!]
[그게 좋겠소! 선제공격을 합시다!]
사마천은 그들이 선제공격을 들고 나서자 은은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때였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한 청년이 쓰러질 듯이 뛰어 들어왔다.
방안의 명문대숙들은 그 청년을 바라보았고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심이 언짢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대는 누군가? 누군데 예의도 없이 회의중에 불쑥 들어왔는가?]
[저는......, 저는 화산파의 황운보라 합니다.......]
[황운보? 그대가 맹무천 황태관의 아들인가?]
[그......, 그렇습니다.]
[그래, 무슨일이기에 예의도 없이 들어왔는가?]
사마천 역시 심히 불쾌한 어투였다.
[천외......, 천외무승이 나타났습니다!]
[무엇이!]
[천외무승이?!]
방안의 모든 사라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놀라움과 불신이 가득담긴듯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진정 사실이냐?]
[네......, 게다가 그는......, 그는 바로.......]
그는 거센 숨을 고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는 바로 천하제일신의라 불리우는 구원신의였습니다.]
[뭣? 구원신의가 천외무승??]
[그렇습니다.]
사마천의 표정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심히 탐욕스러움과 교활한 눈빛이 아닐수 없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는 현재 화산에 있습니다.]
[화산엘? 화산 장문인도 그 사실을 아는가?]
개방의 방주 주천방이 차분하게 되물었다.
그러자 황운보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을 한다.
[알고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그에게 그토록 애지중지 하던 딸까지 주었습니다.]
[흥! 화산파가 신선궁 편에 섰군!]
공동파의 호기참(胡麒讖)이 비아냥하듯이 일갈했다.
[청장문인이.......]
주천방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황운보의 시선이 주천방을 향했다.
[그리고, 개방의 사숙이라는 홍노개도 끼어 있었습니다!]
[홍사숙이?]
황운보의 눈이 실룩거렸다.
[그렇습니다. 그는 구원신의가 천외무승이라는 신분이 발각되자 저와 제 사매를 죽이려 했습니다. 간신히 저만 빠져나왔는데 사매는 아무래도.......]
사마천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 같더니 큰 소리로 대답한다.
[지금 이 시간 이후부터, 백도문의 소집령을 내리겠소! 모든 문파의 7할을 접수하겠소!]
[기꺼이 맹주의 뜻에 따르겠소!]
개방의 주천방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맹주에게 무릎을 꿇었다.
[주방주는 어떻게 하시겠소?]
[.......]
주천방은 오래 생각했다.
[맹주의 뜻에 따르겠소.]
그는 마지 못해 결정을 내리는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백도문의 소집령을 거절하면 이는 백도문의 눈밖에 나는 일이고, 그리되면 멸시를 받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곤륜,화산,소림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사마천이 결정해 버렸다.
주천방과 혜령사태는 그중에서도 연륜이 높은 장로들이기에 생각이 깊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은 전혀 내세울수가 없었다.
[당장 화산파로 처들어 갑시다!]
[아니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소. 우리들은 구원신의, 아니 천외무승에 대해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는 형편이질 않소?]
[그렇군.......]
[단지, 그가 신의로서 명성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빼면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없소. 오늘에서야 화산파 청장문인의 사위라는 사실 하나만 알게 되었을 뿐이질 않소?]
[흐흠.......]
[우선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하오.]
[흠.......]
그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사마천의 말에 동감하는 표정이었다.
[사람 뒷조사는 우리 천리추사들에게 맡겨 주시오!]
오......, 천리추사(千里追士).
사마천이 어찌 그들을 모르겠는가? 과거 옥수혈랑 사건에도 그들이 그녀의 흔적을 쫓아 결국엔 그 사건을 해결하지 않았던가!
[그대들만 믿겠소!]
[맹주님의 기대에 만족한 정보를 갖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회의에 남아있을 생각이 없었는지 아니면 추진력을 보이기 위해 그랬는지 그들은 순식간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대들은 신선궁의 소재를 파악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존명!]
명문정파들의 대표들이 한결같이 빠른걸음으로 회의장을 벗어나자, 회의장엔 황운보와 사마천만이 남게 되었다.
[맹주, 맹주께만 알려드릴 정보가 하나 더 있습니다.]
[무엇인가?]
[화산파에 무림삼대기보중 하나인 무궁도가 있습니다.]
[그......, 그게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이 두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사마천의 눈빛이 탐욕에 불타고 있을 때, 황운보의 눈빛은 처절한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었다.
[황소제, 그대의 부친을 만난지 오래되었을테니 그만 나가보게.]
[그럼.......]
황운보가 나가자마자 천정에서< 스르르......>모습을 나타내는 한사람. 바로 갈승천이라는 인물이었다.
[일이 슬슬 잘 풀리기 시작하는군. 안그렇소 맹주?]
[그렇군.......]
[후후후.......]
[흐흐흐......, 하하하하!!]
[크크크크.......]
두 사람은 앙천대소하며 웃어젖히고 있었지만 내심 이율적인 생각들로 가득했다.
(천외비급은 내꺼야! 이 비열한 놈에게 내 줄순 없지!)
(흥, 이제 천외비급이 내 손에 들어올 날도 머잖았다 갈가놈아! 그때까지 목숨이나 잘 챙겨두거라.......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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