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무협. 무림독패(武林獨覇)
- 41 - 황금성(黃金城)의 숨은 비밀
황궁.
황제의 직무실에 금의대장 도솔첨(導率尖)과 황가대장군(徨家大將軍) 양태강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무거운 탄식성이 흘러 나왔다.
[황가대장군, 그게 진정 사실이오?]
[폐하, 속하 역시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금의대장의 생각은 어떻소? 그대역시 한때는 강호인이 아니었소?]
[폐하, 아룁기 황송하오나 황가대장군의 말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 부하들에게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강호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합니다.]
[흠....... 이럴때 그라도 있었더라면.......]
[그라 하심은?]
[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폐하께서 의지하고 계신 분이라니...! 혹시......?)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막대한 권력을 가진 황제의 발언에 심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순간 양태강과 도솔첨은 한 사람을 떠올리고 있었다.
황제는 두 신하들의 놀라움에 젖은 얼굴을 보며 담담히 대답했다.
[그렇소. 그대들의 짐작대로 그는 바로 나의 매제, 고진이오.]
[아......!]
그들은 황제의 말에 깊은 신뢰를 나타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 금의군 1할만 풀면 그를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황제는 금의대장 도솔첨의 의견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도솔첨이 다시 황제에게 한층더 강한 어조로 아뢰었다.
[폐하....... 강호와 황실간은 상호불가침 관계에 있긴하지만 이 일을 더이상 관묵할 수만은 없습니다. 강호는 곧 중원입니다. 중원이 흥하면 황실또한 흥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 입니다. 그러니.......]
[금의대장의 말이 맞습니다. 강호인도 폐하의 백성입니다.]
[두 장군의 말이 무슨 뜻인지 과인이 모르는 바는 아니오. 허나 일국의 황제인 내가 한 말에 대해 내가 책임을 지지 못한다면 내 어찌 이 자리에 앉아 백성을 다스릴 수 있겠소?]
[도대체 무슨.......?]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꼬리를 흐리며 물었다.
[나는 매제를 황실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소.]
황제가 그리 대답하자, 금의대장 도솔첨이 즉시 입을 열었다.
[분명 그러한 약조가 있었다면 지키는 것이 도리입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그를 단지 황궁에 묶어 두지 않겠다는 약조를 하신 것 뿐입니다. 그러하시다면 저희가 그에게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장군이?]
[네!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도솔첨과 양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복하며 대답했다.
황제는 그런 그들을 보며 대견스레 생각하는 한편 무거운 마음이 가슴을 눌러왔다.
[그대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소.......]
도솔첨이 양태강의 밝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일어나 대답했다.
[자금성에서 30리쯤 떨어진 곳에 그들을 정착토록 회유(懷柔)하겠습니다.]
[그들이 북경에 정착하려 하겠소?]
[최근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는 그곳에 정착할 것입니다.]
도솔첨의 말에 황제는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그 최근 정보라는 것은 태자에게서 나온 것이겠군.]
[그러하옵니다!]
도솔첨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과인도 그 생각은 안한것은 아니지만....... 좋소!]
도솔첨이 자리에 앉자 이번엔 양태강이 일어나 대답했다.
[저는 최근에 입수한 물건 하나를 그에게 줄것입니다.]
[물건이라니....... 그는 절대로 그런것은 받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금은보화나 부귀영화같은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그는 그것을 부담없이 받을 것입니다.]
[도대체 그 물건이 무엇인지 과인도 궁금하구려.......]
양태강은 품에서 두개의 포도알만한 수정구슬을 꺼내어 탁자위에 놓았다.
각기 서로 다른 빛을 뿜어내고 있는 수정구슬은 보기만해도 갖고싶은 충동이 생기는 그런 보석과 같은 것이었다.
[아름답군.......]
[폐하, 이 구슬은 한쌍이라 따로 놓여있을땐 그냥 유리구슬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한곳에 붙여두면 어떠한 독도 해독할 수 있는 희귀한 물건입니다.]
[오.......]
황제가 놀라움에 고개를 끄덕이며 탐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의원이라 분명 이 물건은 스스럼없이 받을 것입니다.]
[그렇겠군.......]
황제는 그 물건을 보면서도 조금은 서운해하는 눈치였다.
아무리 사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구슬을 보면 갖고 싶은 충동이 솟구치는데 하물며 물건을 볼줄 아는 황제인들 오죽하겠는가.
양태강이 황제의 눈치를 잠시 살피는 것 같더니 탁자위에 하나의 물건을 더 올려 놓았다.
[이것은 어떤 신비인이 폐하께 진상하라고 제게 전해져온 것입니다.]
양태강이 탁자위에 올려놓은 물건은 다름아닌 야행복의 신비인이 건네주고 간 낡아빠진 고검(古劍)한자루였다.
[훗.......]
황제는 그 물건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황가대장군, 과인에게는 그러한 물건은 필요가 없질 않은가?]
황제의 말에 양태강은 식은땀이 나는 듯 등줄기가 써늘해졌다.
[그러하옵니다만.......]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 장군을 보며 말했다.
[그럼 모든 일은 두 장군에게 맡기겠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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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洛陽).
중원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 황하(黃河)가 만들어낸 천국인 이곳 저자거리에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사부님, 우리 저쪽으로 한 번 가봐요!]
[종원(種原)아, 한가하게 구경하고 있을 시간이 없구나.......]
[에이, 사부님. 사백님을 만나러 중원천지를 다 돌아봤지만 결국 못 만났잖아요? 어때요, 잠깐 구경하고 가요!]
제자의 말에 스승은 여전히 염불을 외는 자세로 요지부동이었다.
[1년만에 고향에 데려와 놓구선 정말 이래도 되는거에요?]
[이놈아, 고향에 데려온것만해도 감지덕지해야할 판에 뭐 어째?]
[흥, 사백님을 만나기만 하면 그간 사부님이 내게 했던 악행들을 다 일러바칠겁니다!]
[맘대루 해라. 누가 겁난다고 그러더냐?]
제자는 자신의 뜻대로 제대로 되지 않자,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들려져나왔다.
[사부님이 뭐라 하셔도 저는 가서 꼭 봐야겠습니다.]
[맘대루 하거라. 난.......]
스승은 그저 어이가없는 듯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버리고 말았다.
[아휴......, 저녀석이 정말 내 제자라니......!]
그는 제자가 자신을 등지고 수많은 인파속으로 가버리는 것을 보며 맥 빠지는 듯한 얼굴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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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희 자매는 남경(南京)에서 북경으로 가던 도중 노자(路資)가 떨어져 여러분들께 무공을 선보이려 합니다.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자매중 하나가 포권례를 취하며 인사를 하자, 군중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
[우선, 기공(氣功)을 선보이겠습니다. 아령(兒寧)!]
언니인듯한 여인이 장창(長槍)을 들고있는 여인을 불렀다. 그러자 그녀는 장창을 휘두르기 시작하고, 다른 여인은 기수식(騎手式)을 펼치며 기를 모으는 행동을 취했다.
[저 창으로 찌르려는 가봐?]
[다치지 않을까?]
[글쎄......?]
군중들 속에서 들려져오는 음성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아령이라 불리운 여인이 창을 뻗어 기수식을 펼친 여인의 가슴을 향해 사정없이 찔렀다.
순간, 여인의 몸에 닿은 창은 더 이상 여인의 몸으로 파고들어가지 않은체 활처럼 휘익 굽어져 버렸다.
[우와......!!]
[저럴수가......!!]
군중들은 놀라움에 탄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야압!]
기수식을 펼친 여인이 기합성을 지르자 창대가< 빡!>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그런다음에 두 자매는 동시에 포권례를 취하자 군중들은 박수를 치며 주머니속에 있던 동전을 그녀들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엔 격물공권(擊物空拳)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들을 그리 말하며 빈독에다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격물공권? 그게 뭐지?]
[이름은 그럴듯한데......?]
군중들이 난생처음 듣는 무공에대해 의문을 가지며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한 사내가 불쑥 나타나 설명을 했다.
[격물공권이란, 직접 물체를 때리지 않고도 물체를 부숴버리는 대단한 무공입니다.]
군중들은 그 사람의 설명을 듣고는 더 관심어린 눈빛으로 무공을 펼치고 있는 자매들에게로 향했다.
군중들 사이에 불쑥 나타난 청년은 다름아닌 좀전에 스승과 한창 실랑이를 벌이던 그 버릇없던 제자였다.
(격물공권술은 소림사의 비기(秘技)... 저들의 내력이 몹시 궁급한데......?)
군중들이 어서빨리 그녀들의 무공을 보려고 그러는지 여러서람이 나서서 순식간에 빈독에 물을 가득 채워버렸다.
[어서 그 격물공권이라는 걸 보여봐라!]
언니로 보이는 여인이 미소를 짓더니 이내 자세를 취했다.
그 사이에 아령은 물이 가득차있는 독뒤편에 어른 머리통만한 싱싱한 호박을 갖다놓았다.
[저희 언니가 저 자리에서 주먹을 뻗으면 물이 가득든 이 독이 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호박이 으깨어 질 것입니다.]
군중들은 그 말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신비스러운 광경을 목격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모두들 숨소리마저 죽인체 물이 가득찬 독뒤에 놓인 생호박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야아아......앗!]
마침내 주먹이 뻗어졌다.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호박을 지대한 관심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러나 아무런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이거......!]
[멀쩡하잖아!]
[에이, 별거아니잖아! 젠장!]
군중들은 실망에 찬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 서서 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그 버릇없던 제자가 나서며 말한다.
[호박은 깨어졌습니다.]
[이 사람이 눈이 삐었나? 저게 어디 깨어졌다고 그래?]
[정 못 믿겠으면 가서 살짝 건드려 보시오.]
[흥, 내가 못 할줄 알고?]
한 사내가 나가 그 호박을 살짝 건드리자 마자 마치 땅에서 물줄기가 솟아오르듯 호박속에서 물줄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이 아닌가!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대단하지 않습니까? 때려서도 이렇게 만들지 못할텐데 저 거리에서 이렇게 만들었다니.......]
[정말 믿을수가 없어.......]
군중들은 어안이 벙벙해하면서도 그들 자매에 대한 환호과 동전을 아끼지 않았다.
군중들이 물러가고 자매들과 그 버릇없던 제자가 남았을 때, 그들 자매중 하나가 그에게 포권례를 취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오히려 제 좁은 견문을 넓혀 주셨는데.......]
[보잘 것 없는 저희들 재주에 금칠을 너무 해주시는군요....... 호호호.......]
[본인은 오종원으로 서역의생(西域醫生)입니다.]
[저는 아휘(兒徽), 이쪽은 제 동생 아령입니다.]
[아휘 소저,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오종원이 포권을 취하며 말하자, 아휘는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무슨......?]
[다름이 아니라.......]
오종원이 우물쭈물 망설이자, 그들 자매는 서로를 바라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자매들을 향해 오종원이 입을 열었다.
[실은 며칠동안 음식을 제대로 못 먹었거든요....... 그래서.......]
[네에?]
두 자매는 서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일시에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오호호호호......!!]
[호호호......, 가요! 좀전에 우리들을 도와준 것도 있고하니 점심 한끼 대접하겠어요!]
[이거 정말 고마습니다.]
그가 걸음을 옮기려 하자, 아령이 이상하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
[오공자, 저 뒤쪽에 서있는 스님이 아까부터 당신을 보던데.......]
[아, 신경쓰지 말고 어서 갑시다.]
오종원은 대뜸 그말을 하며 앞장서서 걸어갔고, 두 자매들 또한 더 이상 뒤따라 오는 서역승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x x x
낙원객잔(樂園客棧).
[이야∼ 이게 몇 년만에 보는 진수성찬인가......!]
[사양마시고 마음껏 드세요∼]
간드러지는 아령의 말에 오종원은 기름진 닭고기 다리를 집어 들었다.
순간, 그의 뒤편에서 헛기침 소리와 함께 종이 하나가 팔랑이며 탁자위에 떨어졌다.
[이게 뭐지?]
아령이 그 종이를 재빨리 음식에 닿기전에 낚아채 집어들고는 몇글자 안되는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고사백의 행적을 발견했다?]
아령의 말에 오종원은 닭다리를 뜯다말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아래층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서역승을 보며 소리쳤다.
[사백님이 지금 어디 계시다는겁니까?]
[내려오면 얘기를 해 주지.]
오종원이 2층에서 훌쩍 뛰어내려 그에게 맞은편 자리에 가 앉았다.
[거짓말은 아니겠죠?]
[이놈아, 스님이 거짓말 하는거 봤어?]
[그래도 사부님은 못 믿겠어요!]
[믿든 말든, 그는 지금 북경으로 가고 있다.]
[어떻게 알아요? 이번에도 그 엉터리같은 점괘는 아니겠죠?]
[내 점괘가 빗나간적이 있더냐?]
[빗나간적은 없지만....... 그래도 여지껏 못 만났잖아요! 중원에 들어온지도 벌써 반년이 훨씬 넘었는데.......]
[니놈이 게으름만 피지 않았다면 벌써 만나고도 남았을거다!]
[지나가는 사람한테 구원신...의...... 우웁......!!]
순간, 서역승이 재빨리 오종원의 입을 틀어막으며 무서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았다.
[함부로 입에 담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우웁......!!]
오종원은 입을 막은 손을 떼어달라는 시늉을 하며 울상을 찡그렸다.
그러자 서역승이 그의 입에서 손을 거둬갔다.
[알았어요. 정말이지 사백님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훗.......]
스승이 밖으로 나가고나자, 오종원은 2층에 앉아있는 두 자매를 보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점심 대접 정말 고마웠소! 그럼 즐거운 여행이 되시오!]
그가 그말을 끝으로 객잔에서 사라졌다.
한편 2층에 앉아있던 아휘, 아령 자매는 엄숙한 분위기였다.
[분명, 그의 입에서 구원신의란 말이 튀어나왔었어.......]
[언니, 어쩌면 우리들의 일이 더 앞당겨 질지도 모르겠군요!]
[그래....... 구원신의가 북경으로 간다니 정말 하늘이 우리 신선궁을 돕는구나! 후후후.......]
[서둘러 떠나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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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이 놈들아, 이분이 누구신줄 알고나 그따위 말을 지껄이는거야?]
[알 필요가 없습니다. 이곳은 교주님의 영패(令覇)가 없이는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습니다!]
[훗......, 나 마교의(魔敎醫) 탁수현(卓壽顯)의 앞길을 가로막는자가 있다니 놀라운 일이군....... 무혼야, 길을 열어라!]
[좋은 말 할 때 길을 비켜라! 그렇지 않으면 이 어른의 손이 가만히 있지않을 것이다!]
그러자 보초병 하나가 손을 치켜 올리자 어느새 수십명의 무사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그들 하나하나가 일당백으로 키워진 전문 살수들이었음을 무혼야는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다.
[훗......, 정말 가소롭구나! 말로서는 정신을 못 차리겠다니 이 어른의 손맛을 톡톡히 보여주마!]
무혼야의 손에 어느새 검 하나가 솟아 오르고, 무사들이 일제히 창과 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가했다.
무혼야의 행동 하나하나는 사(死)의 찬미(讚美)하는 죽음의 율동같았다. 그의 검이 한 번 휘두러질때마다 하나의 무사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그가 한번 지나간 자리에는 생명이 붙어 있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마지막 남은 무사하나가 쓰러지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퓨우우우......웅>
공중에서 붉은 불빛이 터졌다.
[이 놈이 끝까지......!]
무혼야는 일갈하며 검을 휘둘렀다.
<퍼어억!>
그의 검은 그의 수급(首級)을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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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동굴.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동굴 속으로 불빛 하나가 아른아른 거리고 있었다. 그 불빛 아래엔 두 개의 인형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곳은 정말이지 두번 다시 들어오고 싶지 않은 곳이야..]
[마교의, 당신도 이곳 암흑폐옥(暗黑廢獄)에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까?]
[훗.., 옛날 일이지..]
마교의는 쓴 웃음을 지으며 웃음을 흘렸다.
그에게 있어 결코 떠 올리고 싶지 않던 참혹한 과거였으리라.
얼마나 걸었을까?
구석진 곳에 쓸쓸하게 자리하고 있는 옥문(獄門) 안으로 하나의 인형이 비쳐졌다.
횃불 그늘에 가려 그의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일신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자세는 죄수라 하기엔 너무나도 위엄이 있었다.
마교의가 그 옥문 앞에 멈추어 섰다.
[8년만에 찾아온 손님이로군.. 그대는 누구인가?]
가래가 끓는듯한 컬컬한 음성이 마교의를 향해 날아 들었다.
마교의는 순간, 무릎을 털썩 꿇으며 머리를 깊숙히 숙였다.
[사부님..]
[훗.. 아직도 나를 사부로 여기고 있는 걸 보니 수현이로구나.]
[사부님.. 아직도 이 미천한 제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계시다니.. 크흑..]
마교의는 흐느끼며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양풍과 함께 본교를 떠난 줄 알았는데......?]
[모두가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저는 영원히 곡사형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후후후.......]
잔잔한 웃음과 함께 하나의 손이 마교의 탁수현의 머리위로 얹혀졌다.
[수현아, 양풍은 정(情)을 아는 녀석이었다. 너처럼 과욕하지 않았었지.]
[사부님.......]
[떠나거라. 무거운 발걸음들이 지척으로 다가왔구나.]
[사부님.......]
탁수현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순간, 그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사부님......, 사부님의 눈이......!!]
[후훗.......]
잔잔한 웃음을 짓는 노인.
그의 눈은 검에 베인 듯 흉칙한 상처와 함께 두 눈이 굳게 닫혀져 있었다.
[이 모두가 그의 짓이군요!]
[그를 너무 미워하지 마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한걸음 물러섰다.
[수현아.......]
노인의 잔잔한 음성에 탁수현은 침묵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요즘 요금미녀에 관한 소식을 몇 년째 들을 수가 없구나.......]
[요금미녀......?]
마교의 탁수현과 무혼야 황보윤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요금미녀라 함은 성왕교 출신의 서열 2위에 올라있는 최고의 여고수가 아니던가! 어찌 그들이 요금미녀 채미란을 모를 수 있겠는가?
[사부님, 갑자기 요금미녀에......?]
[수현아, 그녀의 행적을 알아 봐 줄수 있겠느냐? 이유는 묻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내공을 불러 일으켜 옥문을 후려쳤다.
<푸시시식!>
만년철한으로 이루어진 옥문이 가루가되어 부서져 버렸다.
[부질없는 짓을 하는구나......!]
[제가 이곳에 온 목적은 사부님을 모셔가기 위해섭니다.]
[어리석구나....... 나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도 이곳에서 사부님과 함께 투옥할 겁니다!]
[......!]
[무혼야! 사부님을 뫼셔라!]
[네!]
무혼야가 노인의 앞으로 나서며 포권례를 정중하게 표하며 말했다.
[무혼야가 지존(至尊)을 알현합니다!]
[쯔쯧.......]
노인은 고개를 흔들며 무혼야와 마교의 탁수현의 손에 이끌려 동굴밖으로 날아가듯 사라졌다.
x x x
성왕교 본당(本堂).
[교주님!]
한명의 하급무사가 소리치며 뛰쳐 오르자 보초하나가 그를 제지했다.
[무슨 일이냐?]
하급무사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보초가 자신보다 항렬이 위임을 알고는 재빨리 보고한다.
[암흑폐옥의 일급죄수가 탈옥했습니다!]
[무엇이!?]
그 보초병은 그 말을 듣고는 재빨리 문을 열고 뛰어 들어갔다.
그리곤 들려오는 단발마(斷末魔).
[크아아악!]
곧이어 어설픈 차림으로 뛰쳐나오는 한명의 중년인.
[뭣들 하고 있느냐! 어서 병력을 풀어 그 탈옥수를 잡아라! 죽여도 좋다! 반드시 시체를 내 앞으로 끌고와라!]
그 중년인의 얼굴엔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다.
(감히, 어떤놈이 본교 초특급 무사 100명을 뚫고 그 늙은이를 구해갔단 말인가? 빌어먹을......! 진작에 그 영감을 죽였어야 하는건데......!)
그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세차게 닫아버리고 침상으로 들어섰다.
침상에는 비스듬이 누워있는 한명의 중년여인이 탐스러운 젖가슴을 드러내어 놓은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교주, 몹시 시끄럽군요.]
[흥, 그대는 알 필요 없소!]
[교주, 본녀를 너무 무시하시는군요!]
[훗......!]
[탁교주, 본녀가 냉음교(冷淫敎)의 4대 호법중 하나라는 사실을 잊으셨나요?]
[......?]
탁무현의 안색은 몹시 날카로워지면서 입술을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눈앞의 여인을 요절낼 기세였다.
허나 여인의 손길이 다가오자 그는 그녀의 손길에 이끌려 침상으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오호호호......, 교주....... 본녀를 너무 미워하진 마세요. 이 모든건 당신이 자초한 일이였으니까요.......]
[으흐흑...... 크아......! 어서......, 어서 약을......!!]
[오호호......, 환락고에 중독되면 한시라도 방사(房事)를 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다는건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텐데.......]
[환아(煥兒)......! 어서 약을.......]
[오호호......! 이제 약을 드실 시간이로군요. 오호호......!!]
그녀는 두 다리를 넓게 벌리며 사내를 몸 가운데로 끌어 들였다.
탁무현은 미친 듯이 그녀의 몸 중앙으로 기어올라가 뒤집혀진 눈과 함께 거치른 몸짓을 퍼부어댔다.
자신의 다리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그의 행동을 목석처럼 바라보는 환아라 불리우는 여인은 사악하게 피어오르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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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용봉객잔.
[어서 오십시오!]
주인이 계산대에서 들어오는 손님에게 무의식적으로 인사를 건내고는 고개를 들어 손님을 바라보았다.
열두명이나 되는 단체손님이었다.
주인이 문득 아름답게 생긴 여인들을 보며 눈이 휘둥그래져 천천히 훑어보고 있는데 가만보니 낯이 익은 여인들이 있지 않은가.
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주인장 오래간 만이오?]
[앗, 당신은......? 구......, 구원......!!]
순간 흑선이 검을< 탁!>소리를 내며 탁자위로 올리자 그는 금새 입을 다물어 버렸다.
[우리들이 묵을 방이 있겠소?]
[물론있사옵죠! 아호야!]
그가 종업원을 소리쳐 부르자 2층에서 한명의 종업원이 뛰어내려왔다.
그는 그들을 보자 반색을 하며 웃음을 띠었다.
[아니, 예전에 오셨던 분들이시군요! 예전에 묵으셨던 방이 마침 비어 있습니다. 어서 따라 오시지요!]
흑선이 주인에게 10냥의 황금을 올려주며 날카로운 시선을 주었다.
[함부로 입을 열지 마라.]
[네, 네......!!]
주인은 그래도 즐거운 듯 미소를 잃지 않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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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미란은 모친인 채예상과 함께 아들 용(勇)을 데리고 여독을 풀고 있었고, 용천우와 초홍도 아들 진우와 함께 다른 방에서 쉬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 방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여의, 이 지도를 해석할 수 있다고 그랬어?]
[네....... 넷째 언니도 도와준다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자 사부인인 강유정도 의아스러운 듯이 물었다.
[나도 도와줄게 있어?]
[그럼요. 자 이걸 보세요.......]
그녀가 지도를 가르키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 지도 모서리에 상공의 옥령환을 올려 놓아 주시겠어요?]
제갈여의가 예전에 당했던 기억이 있었는지 직접 만지지 않고 단지 고진의 팔과 다리에 채워져 있는 묵환(墨環)을 가르키며 말했다.
고진은 그것을 벗어 무궁도 모서리부분에 하나씩 놓았다.
그러자 매우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도의 표면이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끓어 오르더니 이내 다른 모양의 지도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이것 또 무슨 조화야?]
홍무연이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며 새로이 모습을 나타낸 지도를 보며 중얼거렸다.
[언니는 어떻게 알아낸 거에요?]
소홍이 제갈여의를 보며 물었다.
[며칠전 소홍이 염골산(焰骨酸)이라는 걸 만들 때 생각을 해 낸거야. 이 부분에 화산파 장문인의 내력으로 약간 들떠 있는걸 봤거든.]
[그랬었군.......]
[거참 신기한 물건이란 말이야.......]
홍무연과 고진은 그저 탄식을 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니, 이건......!!]
강유정의 놀라움이 섞인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건 자금성의 내도(內圖)에요!]
[정말인가요?]
[응, 상공......! 황금성은 다름아닌 황궁이에요!]
[그렇다면 그대의 오라버니도 모르는 황금이 황궁에 숨겨졌다는 얘기로군.......]
[.......]
사람들은 일순 침묵했다.
누가 황궁에다 황금을 숨길 생각을 했는가?
그러하다면 신선궁이 개입되었다는 소문은 또 무엇인가?
그들은 이러한 사태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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