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무협. 무림독패(武林獨覇)
- 43 - 재회(再會)
북경.
[사부, 우리 어디 들어가서 목이나 좀 축이죠? 낙양에서 쉬지도 않고 왔는데 정말 이거 너무한거 아닙니까?]
[네가 그리 보채지 않아도 그럴 참이었다.]
오종원의 말에 서역승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객잔으로 발길을 옮겼다.
<용봉객잔>
[히야, 이름하나 죽이는구나.......]
오종원이 금판에 휘갈겨쓴 글의 웅장함에 넋을 읽고 있는 사이 종업원 하나가 그들을 맞으며 자리로 안내했다.
그들이 이층계단 아래에 비어 있는 빈 자리에 가서 앉자마자 객잔에서는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쿠당탕!>
오종원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부셔져버린 자신의 탁자를 바라보았다.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이람?]
그는 탁자를 부셔버린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생긴것도 준미할뿐만 아니라 고관대작의 아들처럼 입고 있는 품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필시 무슨 사연이 있으리라.
서역승이 쓰러진 그를 일으켜 세우자, 뒤에서 살기어린 음성이 들려왔다.
[당장 그 손을 놓으세요!]
오종원이 그 음성을 쫓아 뒤를 돌아보니, 아리따운 소녀 하나가 양손에 비수를 들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나이를 짐작컨데 불과 열대여섯밖에 안되어 보였다.
오종원이 그래도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지긋이 눈을 감으며 물었다.
[아니, 무슨 철천지수(徹天之誰)이길래 벌건 대낮부터 칼부림이오?]
[당신이 상관할바가 아니니 물러 서세요!]
더욱더 앙칼진 음성이 들려오자 오종원의 성격이 가만히 있질 못했다.
[그리 못하겠소!]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양갈래 머리 소녀가 비수를 품에안고 뛰어들며 몸을 날리자 오종원도 손을 뻗어 방어를 했다. 그러자 그녀는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양발로 오종원의 오른팔을 잡아당겼다.
[이런!]
오종원은 급히 손바닥을 뒤집어 그녀의 양발사이에서 자신의 팔을 빼내었다. 그러자 다시 소녀의 비수가 날카롭게 오종원을 향해 파고 들었다.
[제기랄! 주먹을 쓰자니 여자라 그짓도 못하겠고...... 이거 미치겠구나!]
오종원은 그저 날카롭게 파고드는 소녀의 공격을 피하였다.
순간이었다. 소녀의 다리 하나가 그의 시야에 잠깐 보인 것 같더니 이내 다른 한발이 그의 턱을 쳐 올리는 것이 아닌가!
[으윽......!!]
오종원은 피를 토하며 뒤로 나자빠 지고야 말았다.
동시에 그들의 머리위에서 탄성아닌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린 소녀의 무공이 정말 대단하군요.]
[흥, 저런 어린애의 붕선각(繃扇脚) 따위가 뭐 대단하다고 그러는거야?]
그들 머리위에서 들려오는 조소어린 여인의 음성이 돌연 그녀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당신은 누구요?]
소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찻잔을 머금고 있는 여인을 보며 외쳤다.
그러자, 그 여인은 찻잔을 탁자위에 내려놓고는 피식 웃음을 띠며 소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누구냐고?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너는 어디서 칠영단장검(七影短長劍)을 익혔지?]
[......!!]
그 여인의 말에 소녀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버렸다.
[칠영단장검을 할 줄 아는 무림인은 단 한사람밖에 없는데 넌 그와 어떤 관계지?]
[당신은 누구죠? 어떻게 칠영단장검을 알고 있죠?]
소녀는 주춤거리며 두어걸음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그러자 여인은 탁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 팔 하나는 두고 떠나야할 것이다!]
[감히......!!]
[내가 못 할 것 같은가?]
여인의 말에 소녀는 가슴을 펴고는 당당하게 소리쳤다.
[흥, 어차피 험란한 강호로 나온 몸! 숨길 필요는 없죠. 내 이름은 도소군(道昭 )! 내 이름을 밝혔으니 그쪽도 이름을 밝히는 것이 예의 아닌가요?]
[내 이름은 청소옥이다. 이제 네게 무공을 가르쳐준 자의 이름을 밝히겠느냐?]
[정말 버르장머리가 없군요, 감히 풍우귀협(風雨鬼俠)을 사부로 모시고 있는 내게 그따위 말을 지껄이다니!]
[풍우귀협......!! 풍우귀협 도문현이 네 사부라고?]
[그래요!]
청소옥의 아미가 심하게 꿈틀거렸다.
도문현이 누구이던가? 바로 청소옥과 함께 강호로 나온 화산파의 총책을 맡고 있던 총관이 아니던가. 1년전 불귀의 객이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은 그녀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진정, 네 사부가 풍우귀협이 분명 하렷다?!]
서릿발이 서린 음성이었다.
그 음성에 도소군이라 이름을 밝힌 소녀도 사뭇 긴장한 표정이었다.
[흥, 당신은 속고만 살아왔는가 보군요!]
도소군의 말투도 청소옥 못지 않게 날카로웠다.
그때였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내가 비실비실 거리며 일어나려고 했다.
[으으....... 아, 아! 아가씨, 살려주십시오. 제발......!!]
사내는 급히 무릎을 꿇으며 청소옥을 향해 애원하고 있었다.
[넌 빠져있어!]
청소옥이 일갈하며 손을 젖히자 무릎을 꿇었던 사내가 옆으로 꼬끄라지는 것이었다. 순간 도소군의 입에선 경악성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여......, 연옥풍참(撚玉風斬)......!]
청소옥이 표독스러운 미소와 함께 다시 가볍게 일장을 치켜들었다.
[제법 보는 눈은 있구나. 그럼 이 것도 한번 알아 보아라!]
청소옥이 일갈하며 손을 다시 젖히려 하자, 돌연한 음성이 그녀의 행동을 저지시켰다.
[삼부인, 잠시 손속을 멈추시오!]
청소옥이 고개를 치켜들고 소리난 곳을 바라보니 그곳엔 콧수염이 무성한 한명의 사내가 의풍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당신은......?]
[하하하, 그렇소. 장만보요!]
청소옥 곁에 있던 여인도 그를 보고는 공손하게 양손을 모으며 인사를 올렸다.
[장대협, 사부님은 별고 없으시죠?]
[하하, 육부인. 대협이라니 가당치 않소. 유대형은 편하게 지내다 못해 아예 신선이 되어버렸소. 하하하!]
당차게 웃는 그의 웃음소리는 객잔이 떠나갈 듯이 크고 우렁차게 울렸다.
청소옥은 손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언니, 상공이에요.......]
그녀의 말에 청소옥도 계단쪽으로 몸을 돌렸다.
2층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한명의 사내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이유는 그는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만보가 그를 알아보고 공손하게 손을 모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고야 말았다. 장만보가 객잔의 싸움을 무마시켰기 때문이었으리라.
[고형, 득남을 축하드리오!]
나타난 인물은 다름아닌 천하제일신의라 불리우는 고진이었다.
그 역시 포권례를 취하며 대답했다.
[하하, 고맙습니다. 헌데 제가 아들을 얻었는지 어찌 아셨소?]
[내가 누구요? 유대형도 이미 소식을 전해 들었소.]
고진이 웃으며 그를 맞을 때, 누군가 자신을 뚫어지도록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있음을 알고는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의 눈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하고 있었다.
[스님? 타미르 스님?]
서역승은 그의 부르짖음에 어떠한 말도 입에서 터져나오지 않았다.
[아......!!]
고진이 다가가 그의 손을 맞잡았다.
[이게 몇 년만이오?]
스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만큼 감정이 격앙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하....... 이 녀석을 기억하시겠소?]
타미르가 오종원을 가르키자 고진의 입가엔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내 어찌 잊을 수 있겠소? 오제.......]
[사백님, 말씀 낮추세요. 오종원이 정식으로 사백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오종원이 즉시 고진을 향해 구배지례를 올렸다.
고진이 말릴 틈도 없었다. 설사 말렸다 할지라도 오종원은 구배지례를 올렸을 것이다.
[이제, 그 패륜아를 내 주시지 않겠어요?]
도소군의 음성이었다.
고진은 도소군을 보며 의아스러운 듯이 물었다.
[패륜아라 하셨소?]
[그래요, 당신들이 보호하고 있는 저 사람! 저 사람을 내게 넘겨 주세요!]
[그전에 네게 물어볼 말이 있다!]
청소옥의 음성이었다.
어느새 청소옥이 고진의 옆으로 다가선 상태였다.
도소군은 이미 청소옥이 자신의 무공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청우귀협, 그는 어디에 있느냐?]
[청우귀협?]
고진으로서도 처음듣는 이름이었다.
[살아있으면 돌아가서 전해라, 청소옥이 용봉객잔에서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청소옥의 표정은 평상시와는 상당히 우울한 눈빛이었다.
고진도 뭐라 말하지 못한채 그저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도소군은 그래도 발걸음을 돌리지 않고 완강하게 버티고 있었다.
[저 패륜아를 넘겨 주세요!]
[아가씨께선 저 패륜아를 어쩌려는 것이오?]
고진이 그녀에게 물었다.
[죽일거에요!]
[허허, 죽이다니 좀 심한걸?]
장만보의 음성이었다.
[이 놈은 세력이 막강한 황가대장군 양태강의 아들 양충호(陽忠昊)로 계집을 술먹는것처럼 좋아하는 녀석이지. 헌데 이 놈은 며칠전 어떤 부녀자를 취했는데, 알고보니 이 놈과 숙질 사이라더군.......]
장만보가 그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 모든 사람들의 눈빛에도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양충호를 당장 쳐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었다.
[헌데, 장형은 어찌 그리도 잘 아시오?]
[하하, 사업상의 비밀이라오.]
장만보는 웃으면서 고진의 말을 회피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중요치 않았다. 지금 당장 눈앞의 패륜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것이 모든이의 관심사요, 걱정거리였다.
[황가대장군이라면 80만 군사를 다스리는 팔기군 중에서도 총지휘관인데...... 흠.......]
고진도 내심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고관대작의 자제를 죽였을때에는 정말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잘하면 참수고, 재수가 없으면 구족(九族)에다 그와 연계된 사람들까지 참수형(斬首刑)이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상공, 그런 패륜아 때문에 고민하실 것 없어요.]
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그의 넷째 부인과 다섯째부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좀전의 음성은 넷째부인 강유정의 음성이었다.
[황가대장군의 아들이 그런 파렴치한 짓을 했다면 분명 양대장군도 파관면직을 당할터인데 무얼 그리 고민하세요?]
[음.......]
고진은 황실의 법규따위는 알지 못하기에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도소군이 한발 앞서며 쓰러져 있는 양충호를 향해 검을 치켜 들었다.
[잠깐!]
동시, 강유정이 도소군을 향해 소리쳤다.
[아가씨는 그를 죽일 자격이 없어요!]
[왜, 내가 이 패륜아를 죽이면 안된다는 거에요?]
[그는 고관대작의 아들이에요. 일개 평민신분인 당신이 그의 목을 친다면 그것은 엄연한 살인으로 관부의 추살록에 올라가고 말아요.]
[......!]
도소군도 추살록이라는 말에 움찔했다.
추살록이 무엇이던가?
한마디로 말한다면 범죄자의 생사부(生死簿)라고나 할까?
염라대왕의 생사부보다 더 겁나는 생사부가 바로 관부의 생사부였다.
[그, 그럼 누가 이 패륜아를 심판 하죠? 그냥 관부에 넘기란 말인가요?]
도소군이 발끈하며 대꾸하자 강유정은 고진을 바라보았다.
[상공이 이 일을 해결하세요. 상공은 충분이 이 일을 결정할 수 있어요.]
[내가? 내게 무슨 힘이 있다고? 싫어.......]
고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거절했다. 그러자 다섯째 부인인 제갈여의의 음성이 곧이어 들려왔다.
[상공, 소녀가 생각하기엔 이 일은 관부가 나서는 것이 좋을 듯 싶어요. 우리들에게도 지금 급한일이 있잖아요?]
[음....... 그게 좋겠군요.]
강유정도 제갈여의의 말에 동의한다.
그때였다.
[그럴 필요 없다!]
객잔 입구가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들로 가리워졌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들처럼 투구와 갑옷을 입고있었으며 옆구리에 찬 군도(軍刀)가 유난히도 눈에 띠는 군병들이었다.
[군병들이?]
도소군이 나직히 눈살을 찌푸르며 한걸음 물러섰다.
군병들이 객잔으로 들어와 질서정연하게 양쪽으로 길을 트고는 부동자세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곧이어 한 명의 군관(軍官)이 들어섰는데 매우 근엄하고 풍기는 기도(氣道)가 매우 용맹스러워 보였다.
그 군관이 객잔으로 들어와 쓰러져 있는 양충호를 보고는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감히, 군부의 도련님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작자가 누구냐! 당장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당장에 목을 칠 것이다!]
군관이 반월도(半月刀)를 빼들며 소리치자, 힘없는 사람들은 저마다 탁자밑으로 기어들어가는 등 제몸을 숨기기가 바빴다.
그러자, 군관의 눈에도 확연히 띄는 인물들이 있었다. 필시 저들 가운데 있을 것이다라고 판단해서인지, 반월도를 고진을 향해 치켜들며 소리쳤다.
[네놈들이로구나! 여봐라, 당장 저들을 포박해라!]
[넷!]
두명의 군병이 고진에게 다가가 체포하려하자, 도소군이 양충호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그녀가 조금만 힘을 주면 그대로 양충호의 목구멍에 커다란 구멍이 뚫릴 판이었다.
[멈춰라! 조금만 더 다가온다면 이 자의 목은 다시 붙일 수 없을 것이다!]
[도소저, 검을 거두시오.]
고진이 나직히 말했다. 그리고 나서는 군관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본인은 고진이라 하오.]
[본관은 그대가 누군인지 알 필요도 없다. 어서 포박을 받으라!]
고진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군병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강유정이 조소를 띄며 품속에서 하나의 패를 내보이며 호통쳤다.
[그대가 면책권(免責權)을 지닌 신분이 아니라면 얌전히 입을 다물어라! 감히 당금 황제의 부마에게 칼을 디밀다니 그러고도 네 목이 성하리라 생각하느냐!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하겠느냐!]
강유정의 말에 군관은 움찔했다.
(저, 저것은 황제의 어령패(御令覇)?! 그렇다면 저 여인은 황제폐하의 여동생인 유정공주......!! 이거 건드려도 잘못건드렸구나!!)
군관은 털썩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바닥에 소리가 울릴정도로 쳐박았다.
[소관 구보강(丘保鋼), 군주님을 몰라 뵙고 결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도소군은 고진이라는 남자를 보며 새삼 놀라고 있었다.
(이 남자 생긴 것은 평범한것이 잘나보이는게 하나도 없는데 부인이라는 여인들은 한결같이 절세미녀일뿐만 아니라, 신분도 각양각생이로구나.......)
그녀가 놀라는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아마 천하4대미녀 모두가 그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면 아마 게거품을 물고 나자빠질 것이다.
그때였다.
[구장군, 이제 그만 일어 나시오!]
고진이 옷소매를 살짜기 흔들자 구보강은 절로 몸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대단한 무공의 소유자다!)
구보강은 포권을 취하는 것을 잊지않았다.
고진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구장군, 이 자를 그대에게 넘길테니 그대들이 심판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손님들이 겁에 질려 있으니 조용히 이 객잔을 물러나주면 더더욱 고맙겠소.]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장만보가 쓰러져 있는 양충호를 넘겨주자, 그들은 조용히 객잔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객잔은 결코 조용하지가 않았다. 아니 조용할 수가 없었다.
손님들이 고진의 신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당금 황제의 부마로 불리우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사람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바로 구원신의 고진이라는 사람 밖에.......
[나으리, 저희들좀 보살펴 주세요......!]
[제 병좀 고쳐주세요......!!]
[나으리.......]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고진에게 진찰을 받으려고 몰려드는 바람에 객잔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강유정이 이런 사태를 초래하였기 때문인가? 당장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x x x x
천하에 이처럼 빨리 소문이 퍼진 적도 없으리라.
단 하루, 단 하루만에 중원 전역에 소문이 파다하게 나버렸다.
단 한사람, 단 한사람에 대한 소문이 중원 전역에 퍼져나갔던 것이다.
단 한마디, 단 한마디가 사람들 귀로 전해졌다.
<구원신의 용봉객잔 투숙>
촌 사람들은 용봉객잔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용봉객잔이라는 있는 곳은 단 한 곳, 북경뿐이었다.
고진은 일이 이왕 이렇게 된 것을 탓하지 않았다.
그는 근처 약방을 찾아가 주인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주인은 그가 찾아온 다음날부터 간판을< 활생원(活生源)>으로 바꿔버렸다.
활생원.......
어찌보면 터무니없고 광오(狂傲)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름대로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새생명을 얻어 나가듯 환
한 얼굴이었다.
고진은 오히려 이 일이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리되면 자연적으로 황궁과 백도문에서 그의 존재를 눈치채리라는 것을 염려해서였다. 그리고 그는 저자거리에 하나의 방문도 함께 내 걸었다.
<무승이 초아를 찾는다.>
초아.......
신선궁의 소궁주라 불리우는, 북해칠호법이 죽기전에 고진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신선궁은 중원인들이 부르는 이고 북해신궁이 본연 그들의 문중임을 아는 거의 없었다.
고진이 활생원에서 타미르와 함께 의술을 배풀고 있을 무렵, 용봉객잔엔 뜻 밖의 인물이 찾아들었다.
그곳엔, 객잔 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한명의 중년인과 앳되어 보이는 소녀한명이 있을 뿐이었다.
청소옥의 아미가 심하게 물결치듯 뜰리고 있었다.
[도총관.......]
그녀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였다.
그는 바로 풍우귀협 도문현, 도총관이었다.
[아가씨......!]
도총관은 무릎을 꿇으려 했다. 그러자 청소옥이 급히 손을 젖으며 급히 그를 일으켜 세웠다.
[아가씨...... 머리가......?]
청소옥의 머리가 언제부터인지 곱게 올려져있었던 것을 그는 보았던 것이었다. 여인들이 머리를 올린다는 것....... 그것은 결혼을 했다는 뜻이었다.
[축하드립니다.]
도문현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전 도총관이 정말 죽은줄 알고 있었어요.......]
그러자 도문현도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전 신비복면인의 암수에 걸려 주검이 되었던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곳을 지나던 서역승 한분이 고명한 의술로 절 살려주었던 거지요. 그리고 은밀한 곳에 숨어 지내며 딸아이에게 무공을.......]
그는 은연중 말을 끊었다.
청소옥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도문현은 결혼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가 도소군을 자신의 딸이라 말하고 있었다.
[이 아가씨가 도총관의 딸이었군요.]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도 도소군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도문현이 딸아이에게 눈짓을 하자, 도소군도 내키지 않았지만 청소옥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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